드라마대본 제중원 1화 (3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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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황정네 마당 (저녁)
황정, 따라 나와 황정부가 무녀에게 돈과 복주머니 건네는 걸 만류한다.
황정:아부지, 그 돈이면 남산 아래 양의원한테 갈 수 있어요. 이따위 굿이 무슨 소용이에요!
무녀:이 놈 보게! 뭐라고 이따위 굿!
황정부:(막으며) 아... 참게 참아. 이 놈이 철딱서니가 없어서 그래. (건네는) 가진 거 전부네. 잘 좀 부탁하어.
황정:(안타깝고) 아부지...
무녀:(돈과 복주머니 속 노리개를 보며 한숨) ...내가 도와줘야지. (얼른 챙겨 넣고 둘러보며 나간다) 이 많은 잡귀들을 다 어떻게 쫓누.
황정부:(따라 나가며) 살펴 가시게... (돌아서면)
황정, 아버지를 답답한 듯 보다가 화가 나서 나가버린다.
32. 밤길 (밤)
화난 황정, 걸어오다 멈추고 한숨 쉬며 하늘 보는데...
어설픈 뻐꾸기 소리가 들리고 황정, 돌아선다.
이곽, 나무 뒤에서 모습을 드러내며 주위를 살핀다.
황정:작대야...
이곽:(다가오며 미소 짓고) 소근개...
황정:너 요즘 어디를 그렇게 싸돌아 다니냐?
이곽:그럴 일이 있었어. 너 나하고 어디 좀 가자. (잡아끌며)
황정:어디?
이곽:글쎄... 따라 와봐. (하며 끌고 가고)
33. 대장간 앞 (밤)
이곽, 황정의 손을 잡아끌고 안으로 들어간다.
34. 대장간 안 (밤)
불씨가 남아있는 화덕이 있고, 그 앞에 양반옷의 한 남자가 뒤돌아 서 있다.
이곽의 옆에 서있는 황정, 긴장하는데 남자가 뒤돌아보면, 육손이다.
육손:오랜만이다. 소근개.
황정:(표정이 굳어지며) 육손... 이 자식! (주먹을 날린다)
황정, 넘어져 있는 육손의 멱살을 쥐고 일으켜 세우는데...
이곽:(황정을 뜯어 말리며) 왜들 이래!
황정:너 때문에 마을 사람들 맞아죽을 뻔한 거 알기나 해!
육손:(일어나며 담담하게) 포졸들 왔단 얘긴 들었다.
황정:미친 놈! 그렇게 백정의 업을 거스르고 싶었어? 니 엄니아부지가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벌써 잊었어?
육손:(화를 누르며) 잊을 리가 있나. 부모가 밀도살한 죄로다가 마을에서도 사람 취급, 아니 백정 취급조차 못 받고 살았는데... 내가 잊을 리 있겠어?
황정:...
육손:백정의 업 따위가 무슨 소용이야? 천것들 사이에서조차 무시당하고 살았는데... 그걸 니가 알기나 해?
황정:...
이곽:야... 이러지들 마라.
황정:그래서 이제 어쩌려구? 그렇게 차리면 양반이라도 된다는 거야?
육손:안될게 뭐가 있어. 이렇게 바꿔 입으니까 아무도 내가 백정인지 밀도살꾼인지 모르고... 다들 사람취급만 잘해주던데.
황정:(보다가) 언제까지 숨기고 다닐 수 있을 거 같아. 다른 건 숨겨도 니 손가락, 니 손가락은 어떻게 숨길래?
육손, 붕대가 감긴 오른 손을 들어 풀어보면, 손가락이 정상이다. 상처만 있고...
황정:(놀라는) 어, 어떻게 된 거지?
육손:(손을 이리저리 보이며) 보여? 이제 난 더 이상 육손이가 아니야.
와타나베E:가장 최근에 한 절단 수술입니다.
35. 공사관 의원 표본실 (밤)
잘라진 육손의 손가락이 들어있는 포르말린 병을 도양에게 보여주는 와타나베.
책장에 포르말린에 담긴 인체의 각 부위 표본들... 각양각색이다.
충격에 사로잡힌 얼굴로 표본들을 바라보는 도양.
와타나베:손가락이 여섯 개였는데, 하나를 잘라줬습니다.
도양:(감탄하고) 대단합니다. 다 모아 두시는군요.
와타나베:핫핫핫... 내 전리품 들입니다.
도양:의원님을 따라 와 귀한 구경을 합니다. (표본들을 보는데) ...
와타나베:서양의학은 동양의학과는 다릅니다. 동양의학은 경험을 중요시하지만, 서양의학은 해부학을 중요시합니다. 백상은 해부학에 대해서 아십니까?
도양:(끄덕이며) 홉슨의 전체신론을 보고 있는 중입니다.
와타나베:그래요? 하지만 보는 것은 하나도 중요하지 않습니다.
도양:(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보면) ...
와타나베:(묘한 회심의 미소를 짓는) ...
36. 공사관 시체실 (밤)
나무로 된 시체보관함이 벽면에 있고...
와타나베, 해부대 위에 흰 천을 씌운 것을 젖히면 산발 머리의 시체가 있다.
도양, 화들짝 놀라 고개를 홱 돌리다가도 천천히 다시 시체를 들여다보는데...
도양:조선인이 아닙니까?
와타나베:(웃는) 후후... 그렇습니다.
도양:누군가요?
와타나베:누군지는 모릅니다. 조선에 쎄고 쎈 게 시체 아닙니까. 의학 발전에 도움이 되는 것들이지요. 백상 그거 아십니까?
도양:....?
와타나베:서양에선 의원 면허를 따려면 적어도 세 개의 시체를 해부해야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도양:(놀라는) 시체를 셋이나?
와타나베:그렇습니다. 우리 대일본제국도 마찬가집니다. 시체를 해부함으로써 인간의 생육과 뼈, 장기의 위치를 알고 기능을 깨달으면 질병을 치료하는데 많은 도움이 됩니다. 백상도 앞으로 장차 양의학을 하려면, 이 과정을 피해가실 수 없을 겁니다.
도양, 우뚝 멈춰 서서 충격을 받은 듯 하는데...
37. 대장간 안 (밤)
황정과 육손이 마주보고 있고 그 옆에 이곽이 있다.
육손:난 이제 이 마을 뜰 거야. 어차피 내가 이 마을에 있는 거 다들 안 좋아했잖아.
이곽:나도 같이 갈 거야.
황정:(황당해서 이곽을 보곤) 그럼, 그냥 떠나면 될 걸. 날 왜 불렀지?
이곽, 보따리를 내와 풀면 옷가지와 족보가 있고, 호패가 두 개 있다.
이곽:(호패를 건네며) 우리 중에 글을 깨우친 사람은 너 밖에 없잖아.
육손:호패 좀 읽어주고, 족보에 언문으로 토를 좀 달아주면 돼. 집안 내력 정도는 알고 있어야 하잖아?
황정:(호패를 보고 육손을 보는데) ...
육손:(웃고 있다) ...
38. 대장간 밖 (밤)
황정, 나와서 가는데 이곽, 따라 나와서 잡는다.
이곽:이제 가면 못 볼 텐데... 이별주나 한 잔 하자.
황정:정신 차려. 저 놈이랑 어울려 다녔다간 제 명에 못살 거야.
이곽:(울컥) 나도 여기서 살기 싫다. 솔직히 난 백정도 아니고... 무당 아들이라곤 하는데 신기도 하나 없고. 뭘 해먹고 살긴 살아야 하는데 막막하고. 육손이 저 놈 그래도 수완은 좋아서 옆에 붙어있으면 밥 굶을 일은 없을 거 아냐.
황정:(걱정스레 보는) ...
이곽:(달래듯) 우리 그래도 한 때는 제일 친했잖냐. 이별주는 하고...
육손E:가게 냅둬.
황정:(쳐다보면) ...
육손:하나만 물어보자. 백정인 주제에 넌 왜 글을 배운 거냐?
이곽:그거야... 폐병 걸린 선비가 얘네 집에 요양 와 있을 때 갈쳐 준 거잖아. 고깃값 대신으루다가...
육손:갈쳐 준다고 다 배우진 않지.
황정:그래서 니가 하고 싶은 말이 뭔데?
육손:너도 솔직히 백정으로 살기 싫었던 거 아냐?
황정:(흠짓하곤, 노려보다가) ...난 너랑 달라.
육손:다르지, 그래서 하루에도 열두번씩 울화통 치미는 거 아냐? 니 엄니 저렇게 아픈데 의원들은 진맥 한 번 보러 오지 않아 미치겠잖아. 글줄이나 읽으면 뭐해. 어디가서 아는 척 할 수도 없는 이 놈의 팔짜, 던져버릴 수만 있으면 던져버리고 싶은데... 차마 그건 못 하겠고 돌겠지. 아주.
황정:(확 돌아서 걷는) ...
육손:(뒤에 대고 소리치는) 너도 지긋지긋하잖아!
황정, 아프게 듣는데...
39. 길
황정, 무거운 표정으로 걸어오는데... F.O
40. 집 일각, 길 (아침)
황정, 땔감을 지게에 지고 착잡한 마음으로 돌아오고 있는데, 이곽이 뛰어온다.
이곽:소근개! 소근개!
황정:....?
이곽:(식식거리며) 육손이 이 놈... 치사하게 혼자 떠났어.
황정:그래? (무심하게 그냥 걸어가고)
이곽:(따라 걸으며) 나쁜 놈... 어떻게 그럴 수가 있냐? 아침에 대장간에 갔더니 옷이며 족보며, 호패까지 하나도 없는 거 있지. 호패 값으로 다섯 냥이냐 줬는데 그거까지 홀랑 가져갔다니깐!
황정, 잠시 의아하지만 그냥 내처 걸어가고, 이곽 따라가는데...
41. 황정의 집 (낮)
황정과 이곽, 마당에 들어서고... 황정이 지게를 내려놓는다.
이곽, 툇마루에 털썩 주저앉고 황정,‘엄니’하고 방문을 열어본다.
방 안에 아무도 없다. 황정, 의아해하는데...
이곽:(손 부채질) 육손이 이놈을 어디가 가서 잡아 죽이지? 어우... 열불 터져... 냉수나 한 사발 가져와 봐라.
황정:(한심하지만 한편 안쓰러운) 그래. (부엌으로 가고)
42. 부엌 (낮)
황정, 들어오다 깜짝 놀라고 황정모가 부엌 바닥에 쓰러져 있다.
황정:(일으키며) 엄니! 정신 차려요!
황정모, 입가에 피가 흘러있고, 황정 놀라서 흔들며 깨우는데....
이곽:(들어오며) 무슨 일이야? (놀라는) 아줌니...
황정:(벅차서 울먹이며) 엄니이...!
43. 황정네 마당 (낮)
부엌에서 나온 엄마를 업고 나온 황정, 툇마루 밑 사발 속에 숨겨놓은 돈을 챙겨 밖으로 나간다.
이곽, 따라가고...
44. 갈림길 (낮)
축 늘어진 황정모를 업은 황정, 정신없이 뛰어가고 있다.
황정, 갈림길을 내처 지나고... 따라오던 이곽, 갈림길에서 멈춰 선다.
이곽:의원나리 댁은 이쪽이잖아!
이곽, 의아해 하다가 하는 수없이 황정을 뒤따르는데....
45. 공사관 의원 앞 (낮)
병원 앞에 도착한 황정, 그대로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간다.
이곽, 건물을 보곤 위압감에 잠시 머뭇거리다 조심스럽게 열고 들어가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