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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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페트라 협곡로 / 밤


길 양쪽으로 늘어진 촛불들 사이로 밤의 페트라 협곡로가 펼쳐져 있다.

그래(na) 길이란, 

걷는 것이 아니라 걸으면서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나아가지 못하는 길은 길이 아니다.

2. 암만 시가지 / 낮


4~5차선의 큰 도로를 사이에 두고 양 쪽으로 빼곡하게 늘어선 상가들.

낯선 아랍문자들이 적힌 무질서한 각양각색의 간판들

시장 안 다양한 상인들의 다양한 모습들과 소음.

달리는 차들의 시끄러운 엔진 소리와 뒤섞여 활기를 준다.

그 사이를 다급한 걸음으로 걷는 남자의 얼핏 얼핏 보이는 모습들.


그래(na) 길은 모두에게 열려있지만

모두가 그 길을 가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3. 다운타운 삼거리 삼각지대 / 저녁


다운타운 삼거리 중앙으로 건너 간 그래, 시장 안내판을 보며 방향을 가늠하다가 

고개를 들어 둘러본다. 

무질서하고 복잡한 다운타운의 사방이 빙글빙글 눈에 들어온다.

난감한 얼굴이 되는데 그때 울리는 핸드폰 소리!

급히 전화를 받는다. 입을 떼기도 전에 다급히 들려오는 수화기 너머의 남자 목소리.


조대리(e) 장그래씨!

그래 (다급) 찾았습니까?”

조대리 카이로 호텔입니다!


재빨리 안내판에서 카이로 호텔을 찾아 손가락으로 탁! 집는 장그래


그래 (다급) 호텔 앞에서 만납시다. 


전화를 끊으며 급히 걸어가는 그래, 걷던 발걸음이 점점 빨라지더니... 뛴다.

달리는 그래의 옆으로 해질녘 암만 다운타운의 풍경들이 힘 있게 지나간다.


4. 호텔 근처 골목 앞 + 호텔 앞/ 저녁


호텔이 들어 가 있는 골목 앞 까지 달려 온 그래.

조대리(off) 장그래씨!

그래 (돌아보면 조대리 급히 뛰어 온다. 그래, 눈인사하면)

조대리 (다가오며) 본사에서 연락 갔죠? 영업3팀, 전부 뜬 눈으로 기다리고 있답니 다. 이거 잘못되면 원인터에서 줄줄이 모가지예요.

그래 (걸으며) 걱정 마세요. 오차장님도 곧 오실 겁니다.

조대리 (호텔을 보며) 하루에 만원이면 잘 수 있는 곳입니다. 특급 호텔에서 호사 떨고 있을 줄 알았는데..

그래 (호텔을 쳐다보면)

조대리 이러니 요르단 호텔을 다 뒤져도 안 나오지. 하여튼 머리하난 비상한 놈입 니다.

그래 (호텔을 보며 담담하게) 물건을 아직 못 판 거죠.

조대리 (어..? 아.. 싶은.. 끄덕이며) 좋게 말로 끝나야 할 텐데 말이죠.. 

그래 ...


5. 호텔 안 계단/ 저녁


긴장한 얼굴로 입구를 살피고는 다급하고 조용한 발걸음으로 안으로 들어서는 

그래와 조대리. 

좁은 계단을 급히 올라가는데 요르단 남자 하나가 내려오며 흘끔거린다.

한 쪽으로 몸을 피해 주며 올라가는 그래와 조대리.


6.  호텔 안 2층 카페/ 저녁


다급히, 그러나 조용히 안으로 들어서는 그래와 조대리

천정의 조악한 붉은색 조명등 장식과 낡은 이슬람식 모자이크 벽면이 눈에 들어오는 허름한 이슬람식 카페다. 

벽면 한 쪽에서는 큰 장식용 유리 물 담뱃대가 있고, 그 옆으로 실제 사용하는 

청동 물 담뱃대들이 수십 개 진열되어 있다.

여기저기서 물 담배를 피우며 중동식 마작을 하고 있는 남자들도 보인다.

두리번거리던 조대리는 발코니에서 물 담배를 피우고 있는 남자를 본다.


조대리 잠시만요. 

다급히 남자에게 가서 인사를 건넨 후 짧은 얘기를 나누고 다시

그래에게 돌아오는 조대리


조대리 502호랍니다.

그래 (끄덕하면)


7. 502호 앞/ 저녁


502호 앞에 선 그래와 조대리. 문이 반쯤 열려 있다.

다소 불안한 얼굴로 서로를 바라보는 그래와 조대리, 안을 보면 메이드 남자가 

청소 중이다.


조대리 (당황, 난감) 체크 아웃 한 건가..?

그래 헬로!

메이드 남 (돌아 보면)

그래 이 방 주인, 체크 아웃 했습니까?

메이드 남 (뚱한 얼굴로 청소 도구함을 안고 나온다)

조대리 미스터 서라고,


두 사람을 쳐다보던 메이드 남의 시선이 둘의 너머를 향한다.

돌아보면 막 다가 오던 비리비리해 보이는 젊은 한국인 남자. 

멈칫 서서 상황 파악 안 되는 얼굴로 멍하게 그래와 조대리를 번갈아 본다. 


그래 서진상씨!


진상, 머뭇거리더니 휙 돌아 냅다 계단으로 내 빼 오른다.

  쫒아가는 그래와 조대리.


8.  호텔 옥상/ 밤

옥상 밖으로 나오는 진상, 궁지에 몰린 쥐처럼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는데

뒤이어 쫒아 온 그래와 조대리. 숨을 고르며 이리 오라고 한다.

겁이 난 진상,  왔다 갔다 하다가 그대로 냅~다 옆 옥상 (호텔 옥상보다 낮다) 으로 

뛰어 내린다.


그래/조대리 !!

조대리 저.. 저 인간이...!!


돌아보는 진상, 여유를 찾은 얼굴로 약 올리듯 빙글거리듯 보며 

혀를 길게 쭉 빼고 '메~에롱' 하는데...

갑자기 그 쪽으로 달려가는 그래.

진상, 혀를 뺀 채 설마 하는 표정으로 보는데,

그대로 휘~익! 긴 다리로 옥상을 건너 뛰는 그래


조대리 (깜짝!!) 자.. 장그래씨!!”


혀를 뺀 그대로 눈을 휘둥그레 뜨고 서 있는 진상.

탁! 내려서는 그래.

진상, 놀라 일그러진 얼굴로 도망가 다음 옥상으로 건너가는데

쫒아 가서 또 휘~익 점프하는 그래.


9.  옆 건물 옥상/ 밤


도망가고 쫒아가고.


진상 (돌아보며 울상으로) 아~ 진짜! 따라 오지마!!요오~~


다다다다 달려서 다시 옆 옥상으로 뛰어 내리려다 좀 넓은 간격에 ‘헉!’ 하는 진상

울상으로 돌아보면 달려 오고 있는 그래.

‘이씨~!!’ 다시 옥상 쪽을 보면 너무 넓은 간격, 깊은 아래. 

울상으로 일그러지는 진상, ‘에잇!’ 하더니 뒤로 후다다닥 가서 다시 앞으로 다다다 다 달려와 눈 딱 감고 넘으려는데 간신히 확 잡아 당겨 구르는 장그래. 진상을 일 으키는데 아파 죽는다고 ‘팔팔, 다리다리’ 하며 엄살을 피우는 진상.


그래 (말 없이 보다가) 서진상씨. 물건 어딨습니까?

진상 무..무.. 무슨 물건요..

그래 당신이 중국 공장에서 빼 돌린 샘플들 말입니다. 

진상 (불안하게 눈을 깜박거리며) 빼 빼 돌리다뇨? 뭘요?

그래 서진상 씨, 물건만 돌려주면 해고로 끝날 겁니다. 계속 버티면 

민·형사상 책임을 져야 할 겁니다. 집을 팔고 감옥에 가야한단 뜻이죠.

진상 무.. 무슨 소리예요오. 사표 내고 여행 온 게 가.. 감옥 갈 일이라구요?

조대리 (다급히 뛰어오며) 룸에는 없어요. 이 자식!(진상의 멱살을 잡는다)

진상 아아아~~ 목, 목! 당신들, 당신들 가만 안 둬. 대사관에 연락 할 거야!

이거, 외교 문제 돼! 증거 있어?! 증거 있어?!

그래 .... 안되겠군요

진상 에?


그래, 조대리를 보면 진상의 멱살을 확 놓고 주머니에서 두건을 확 꺼내는 조대리

눈이 왕방울만해지는 진상. 포커스 아웃. 깜깜해지는 화면


10.  베두인 천막 안/ 밤


화면이 다시 확 밝아진다. 진상의 머리에서 두건이 벗겨진 것.

의자에 묶인 채 어리둥절한 얼굴로 껌벅껌벅 보는 진상


그래 정신이 들었군요

진상 여.. 여기가 어디요?!

그래 와디럼 한가운데지

진상 !!! 뭐?!! 와, 와디럼? (의자 묶인 그대로 일어나 문 쪽으로 뛰쳐간다)


따라가려는 조대리를 제지하며 진상을 쳐다보는 그래.

진상, 머리로 문을 헤치고 나가려는데 잘 안된다. 그래 다가가 홱 열어 제쳐주면

후다닥 나가는 진상


11. 천막 밖/ 밤


어둠 속 펼쳐진 사막 풍경에 기겁을 하는 진상!!

아득하고 캄캄한 사막 위에 덩그라니 서 있는 천막 하나의 부감 풍경

의자에 묶인 우스꽝스러운 몸짓으로 왼 쪽으로 오른 쪽으로 후다닥 후다닥 

왔다 갔다 어쩔 줄 몰라 하는 진상의 모습.

망연자실해서 서 있는 진상


12. 천막 안/ 밤


망연자실한 진상을 쳐다 보고 있던 그래.


그래 들어 와! 추워!


제자리로 가서 얌전히 앉는 진상, 그 앞에 턱 서는 그래, 옆에는 조대리.


그래 서진상씨, 다시 말하죠. 물건만 돌려주면 해고로 끝날 겁니다.

진상 몰라요~ 나한테 왜 이래요오~ (하다가 돌변) 이봐요, 장그래씨, 당신이 뭔데 날 위협하는 거예요? 내가 당신 회사 직원이에요? 내가 한국인인가?!

그래 (싸늘하게 쳐다보는)


진상, 씩씩대며 애써 뻔뻔해진 얼굴로 받는다.

그래, 말 없이 진상을 쳐다보다가 전화 꺼내 단축 버튼 누르는 척 모션한다.


그래 오차장님. 네. 잡았습니다. 잡긴 했는데... ( 뻗대고 있는 진상을 본다) 

말하지 않네요. 저희도 증거가 없으니 뭘 더 어쩔 수 없겠는데요.

조대리 (당황해서 보면) 장그래씨.

진상 (헹~! 그럼 그렇지 하는 얼굴)

그래 네? (심각해지는 얼굴) 네. 네. 알겠습니다 (끊으면)

진상 (더 뻔뻔해진) 내가 샘플 빼돌렸단 증거 내 놓으면 내 발로 간다니까요!

그래 러시아 바실리 사에서도 당신 엄청 찾는다는데?

진상 !!

그래 조대리님, 바실리 사에 러시아 마피아 지분이 얼마나 됩니까?

조대리 네?

그래 오차장님 말로는 70%쯤 된다는데, 말이 되는 소립니까?

조대리 아~ 맞다. 몇 년 전부터 그 쪽에서 돈 댄단 얘긴 들었었는데.. 벌써 그 

만큼 먹었답니까? (진상을 슬쩍 보며) 아, 그럼 그건 마피아 회사지.

진상 (당황 당황 당황 벌벌)

그래 서진상씨, 오차장님이 전해 주란 말씀이 있네요.

진상 (불안) 네? 

그래 (다가가서) 러시아에서는 특히 법 보다는 주먹이 가깝다네요

진상 (겁 먹은) 에?


다시 울리는 그래의 전화, 진상을 흘깃 보고 받는다


그래 (상대의 말을 잠깐 듣는 듯.. 짧고 굵게 러시아어를 하고 툭 끊고는 

진상을 본다)


진상, 엄습하는 불안감에 벌어진 입이 더 벌어지는 순간!

짚차들의 굉음 소리와 함께, 천막 안으로 무자비하게 쏟아져 

들어오는 헤드라이트 불빛!!

놀란 진상, 눈이 튀어 나올 듯!! 그런 진상을 바짝 내려다 보며 내뱉는 그래


그래 법 보다 가까운 주먹.


이어서 밖에서 험악한 러시아어가 마구 쏟아 진다. 

진상, 거의 혼절할 지경이고


그래 지금이라도 어디 뒀는지만 말해. (밖 가르키며) 친구니까 말 잘해 줄께

진상 (다급하게) 암만공항 라커에 있어요. 28번이요!! 28번!! 죄송해요. 잘못했 어요! 

그래 (싱긋 웃으며 조대리 보면)

조대리 (웃으며) 장그래씨, 원인터 사람 다 됐네요.


그때 출입문이 확 열린다. 문 앞에 서 있는 워커 신은 다리!

쳐다 보는 그래, 매력적인 미소. 그 위로 타이틀.


타이틀 <미생>


13.  목욕탕 / 밤


목욕탕 벽에 뜬 <몇년 전...> 자막 위로 물이 확 끼얹어 진다.

이어서 고무장갑 손으로 비눗물에 담근 걸레를 들어 벽을 박박 닦는 그래. 

슥슥슥슥 힘 있고 꼼꼼하게 닦다가 '어?' 하며 솔을 들어 틈새의 잘 보이지도 않는 얼룩을 박박 닦는다. 그때 ' 그래야~' 하며 들어서는 목욕탕 주인


목욕탕 주인 마무리해라~ 꼼꼼한 것도 그만하면 병이다아~

그래 (웃으며) 네에 사장님

목욕탕 주인 저기 그리고.. (머뭇거리다가) 장씨 다리가 다 나았다네.

그래 네? (조금 당황해서) 아.. 네에... 그럼 내일부터..

목욕탕 주인 (끄덕이며 미안한 듯) 그렇잖아도 그만 둬야지. 언제까지 이런 

허드렛 알바나 할 거여? 제대한 지가 얼만디.. 

그래 (씁쓸하게 웃으며) 네에..

목욕탕 주인 직장은 구하고 있냐아~?

그래 아..네. 

목욕탕 주인 쉽잖지? 어떻게, 내, 기원 자리라도 하나 알아 볼까? 

그래 (멈칫하지만 곧 내색 안하고 계속 닦는다) 아녜요.

목욕탕 주인 그래도 할 줄 아는 일을 하는 게,

그래 (o.l 애써 웃으며 돌아보며) 괜찮습니다. 

목욕탕 주인 그려~ 일당 챙겨 가고.. (나가려다) 요즘도 새벽에 대리 뛰는 겨?

그래 아.. 네.

목욕탕 주인 (끄덕이며) 그려.. (간다)


그래, 인사하고 다시 돌아서면, 드문 드문 거품 괸 거울에 비친 자신의 현재 모습... 잠시 응시하다가 물동이를 들어 물을 확 끼얹는다. 


14.  자동차 안/ 밤


대리 운전하는 그래.

뒷좌석에 취해 널브러져 있는 차주


15.  아파트 앞/ 밤

흔들흔들 차에서 내리는 차주를 부축하는 그래

취한 차주, 알아듣지도 못할 말을 흐물흐물 하며 5만원짜리를 주고 팔뚝을 툭툭 치며


차주 (혀 꼬부라진 소리로) 열심히 살아


굽신하고 받은 그래, 거스름돈을 챙겨 주려는데 팔을 휘휘 저으며 가 버리는 차주, 잠시 머뭇거리다가 꾸벅 인사하고 돈을 챙겨 넣는 그래. 전화 온다. 


그래 (받으며) 엄마, 왜 안 주무시고.

그래모(e) 더 해야 하니?

그래 들어가요. (콜 들어오는 소리) 끊어요. 콜 들어와요. 

그래모(e) 그래야

그래 네.

그래모(e) 저녁에 거기서 연락이 왔다. 내일부터 한번 나와 보라는데..

그래 (당황하는)...

그래모(e) 어쩔거니.

그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