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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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박대리 집 인근 골목 /

 

취해서 비틀거리면서 가는 박대리.

집 근처까지 와서 불이 켜진 집을 보고는 풀썩 주저앉는다. 긴 한숨..

 

박대리 행복한데..행복하긴 한데..(집을 쳐다본다) 들어가기가 싫다. 집이 힘들다

 

박대리 집의 불이 꺼진다. 고개 떨구는 박대리.

 

박대리 나만 문제야... 이만한 행복을 감당할 자신이 없는 거야.

 

조용한 집 앞 풍경

 

47. 원인터 외경/

48. 16IT 영업팀/


박대리 (힘 없이 통화) , 알겠습니다. 처리되면 연락 주세요 (힘없이 전화 끊고 멍하니 한숨 쉬는데...)

이석준과장 박대리

박대리 (돌아보며) 네 과장님.

이석준과장 (모니터 확인하며) 신입직원 OJT, 오늘 우리 팀 담당이네. 협력업체 견학 인데 박대리가 좀 맡아 줘

박대리 ..? 제가...?

이석준과장 (모니터 보며) 내가 일이 너무 많아서 그래

박대리 과장님 저도 오늘.. (하다가 만다...) ...

이석준과장 (모니터 보며) 철강팀 장백기랑 영업3팀 장그래가 배정됐네.

박대리 ...

 

49. 철강팀/

 

백기 (통화) 박대리님으로 바뀌었다고요? (자기도 모르게 살짝 찌푸려진다)

네 알겠습니다. (끊고)

<f.c//# 5 >

혼나고 있는 박대리.

 

백기 (어이없는 한숨이 나온다)

상식(e) 장그래, 옥상 좀 갔다 와!

 

50. 회사 옥상/

 

# 구석 일각

바닥에 떨어진 담배꽁초들...그 앞에 서 있는 한 남자의 발.

무거운 얼굴의 박대리가 빈 담배갑을 구겨서 쓰레기통에 버린다.

 

박대리 ..... (손에 든 사직서를 다시 펴 본다)

성식(e) 너만 생각해.

 

# 옥상문 쪽

열려 있는 옥상 문으로 들어오는 그래, 두리번거리며 어제 상식이 찢어 버린 종이

조각들을 줍는다. 박대리 쪽까지 오게 된 그래

그래 ?... (인사) 안녕하십니까?

박대리 (얼른 사직서 집어넣으며 받는다) ..

그래 아이티영업팀 박대리님이시죠?

박대리 ..

그래 영업3팀신입사원 장그래입니다. 오늘 대리님하고 협력업체현장 견학 가는.

박대리 ! (다시 보며) 그렇구나. (머쓱해하며) 이거 어쩌죠..? 과장님하고 가야 배울 게 많을 텐데... 전 별 도움이 안될 텐데..

그래 저희 과장님은 박대리님 배울 게 많은 분이라고 하셨습니다.

거래처와의 관계에서도 인심 잃지 않고 일하는 모범이시라구요.

박대리 (머쓱해서 머리 만지며) ... 내가? (머리 긁적이고 쑥스럽게 숙였다가 들 ) 또 뭐라세요?

그래 (당황) ?

박대리 (기대 기대 반짝반짝)

그래 .... (당황 난감) 업체 간 이해관계를 잘...배려하시면서..

박대리 (또 또 하는 기대감의 얼굴)

그래 한마디로 외유내강형 상사맨이시라고.. 영업에 꼭 필요한 덕목을 지니신 분이라 하셨습니다.

박대리 (얼굴이 환해지며) 그래... .... (.... 휙 돌아 보며) 그럼 가면서 영업 이야기 좀 들려줄까요?

그래 ?

박대리 재밌는 게 많아!

 

51. 차 안 /

 

신이 나서 운전하고 있는 박대리, 조수석에 그래 앉았다. 뒷자리에 앉은 백기는

약간 미간에 힘이 들어가 쳐다보고 있다.

 

그래 (당황해서) 대리님, 제가 한다니까요

박대리 아냐, 길 아는 내가 하는 게 효율적이야. 어디까지 얘기했지? ! 영업이 란 게 말이지. 전쟁이에요. 전쟁 배짱 싸움인 거거든. 밀리면 죽는다~ 렇게 생각해야 돼

그래 ~~~

백기 (창 밖을 본다)

박대리 쓰라린 경험, 승리의 경험, ~습니다. 한번은 거래처에서 납품기일을 못 맞췄는데 부장에 상무에 사장에 전부 나와서 인정에 호소하더라고. 당신만 눈 감아 주면 아무 일 없을 거다. 봐 달라.

그래 그래서요?

백기 (계속 옆을 보고 있다)

박대리 내가 단호하게 한마디 했지.. (돌아보며) 절차대로 합시다!

그래 (감탄) ...! 박대리님은 정말 정확하시네요

박대리 (조금 당황) ? .. (e) 뻥이 좀 셌나? 그래도 속은 좀 후련한데?

백기 (뒤에서 본다) ...

 

52. 디알테크 외경/

 

박대리(e) 우리 팀 거래처인데 중국 반도체업체와 업무협조를 이룬 곳이야


53. 영성실업 복도 + 계단/

 

그래, 백기, 박대리 걸어 가며

 

박대리 근데 최근에 몇 번 선적 문제가 발생했어요.

그래 무슨 문제데요?

박대리 (골치 아픈 듯) 배송이 자꾸 지연되네. 재고 확보가 안됐다고 하는데..

백기 업체가 다른 거래처를 늘린 거 아닌가요?

박대리 (흠칫)

백기 이런 경우 기존 거래처는 안전 빵이라고 생각할 때가 많잖습니까?

박대리 , 아니~ 이 회사는 안 그래. 나랑 얼마나 신뢰를 쌓은 업체인데...

그래도 이렇게 한 번씩 들러줘야 서로 긴장감도 생기고 좋아요

 

54. 영성실업 수출입팀 사무실 앞/

 

웃으며 문 앞에 다가서는 박대리와 그래와 백기. 그때 안에서 들리는 소리.

 

최과장(e) 지금 정신없으니까 원 인터 건은 일단 두라고

 

멈칫 서는 박대리 일동

 

최과장(e) 얘네 신생이라 관리 잘해야 돼! 선적 당겨준 다음에. 원 인터 쪽은 전화로 버틸 때까지 버텨봐.

박대리 (당황해서 백기를 본다..)

최과장(e) 박대리? ! 박대리 그 친구는 말랑해서 적당히 얘기하면 된다니까!

박대리 (얼음이 된다)

그래/ (박대리를 보고 당황)/ .....

최과장 (나오며) 그럼 지금 바로 스위프트 보냅니다!

(e) 오케이!!

최과장 어이구! 대박이다. 대박

 

하며 박대리와 장그래와 백기를 미처 보지 못하고 지나가다 멈칫 선다.!!

 

최과장 (돌아 보며) ...박대리.

박대리 ....

 

55. 영성실업 밖/

 

아무 말 없이 멍하니 서 있는 박대리. 옆에 그래와 백기도...

 

백기 우리 회사 호구 잡힌 거네요...

 

그래와 박대리, 백기를 쳐다 본다

 

백기 ..... 대리님, 저희는 회사에 먼저 들어가 보겠습니다.

박대리 어? ... 그래요. 미안해.

백기 (인사하는데)

박대리 장그래씨도 미안해요. 잘 들어가요

그래 ... 저는 좀 더 있겠습니다.

백기/박대리 !

백기 장그래씨, 잠깐 봐요

 

# 55-1 일각.

저만치 서 있는 박대리 보이고

 

백기 장그래씨, 이럴 땐 빠져주는 게 좋습니다

그래 하지만 박대리님이 많이 당황하신 거 같은데.. 교육도 끝나지 않았고요.

백기 우리가 남아 있어 봤자 도움 될 게 없어요. 지금 상황에선 현장견학이란 것도 의미 없구요

그래 ....

백기 뭐, 장그래씨 마음대로 하십시오. 전 먼저 들어가겠습니다.

박대리님 전 가보겠습니다 (인사하고 빠진다)

 

가는 백기를 쳐다 보는 그래와 박대리. 다시 그래와 박대리 서로를 쳐다 본다

 

56. 영성 실업 복도/

 

멍한 얼굴로 걸어 가는 박대리 바로 뒤에서 따라가는 그래

그래, 박대리를 보면...

 

박대리(e) 그래, 제대로 호구 잡힌 거야. 나 때문에 우리 회사도...

역시... 이 일은 내 일이 아니었어. 그만 두는 게 좋겠어.

 

영성실업 수출입팀 사무실 앞에 안절부절 서 있는 최과장이 보인다.

박대리 일단 멈춰 선다... 최과장을 본다...

 

최과장 (봤다) ~ 박대리, 얘기 다 끝났어?

박대리 (뭔가 결심한 듯 다시 걸어 간다)

최과장 (머쓱하게 웃으며) ~ 온다고 전화하도 하지 거참. ? 한 분은?

그래 회사에 일이 있어서요

최과장 아, (박대리 눈치 보며) 그래요..? 들어 가시죠.

 

마음을 정하고 단호하게 굳는 표정의 박대리의 얼굴 위로

 

박대리(e) 그만 두자...

박대리 저... 저희 거 언제 처리 됩니까?

최과장 (반색하며) 바로 처리되지! 그럼~ 아까 통화했잖아

박대리(e) 나는 병신이다. 떠나자...

박대리 네...그랬죠. 통화했죠

 

돌아서는 박대리에게 최과장, 얼르듯 말한다.

 

최과장 미안해. 먼저 처리하려고 했는데 사업 다각화로 선적량이 늘어버렸지

뭐야~

 

박대리, 말없이 돌아서다가 멈칫 선다. 자신을 보고 있는 그래의 표정.

약간 당황해서 그래를 보는 박대리 위로.

<옥상/ f.c # 50>

그래 .... (당황 난감) 업체 간 이해관계를 잘...배려하시고..

 

여전히 당황한 얼굴로 그래를 보는 박대리...

 

박대리(e) 내가 한 마디 단호하게 했지! 절차대로 합시다.

 

박대리를 쳐다 보는 그래... 그런 그래가 박대리의 눈에는 자신을 푸쉬하는 걸로 보인다.

<f.c//인서트>

박대리의 눈에 그래가 주먹을 쥐고 "당신의 힘을 보여줘. 당신의 힘을 보여줘'

하듯 응원하는 걸 보인다.

 

박대리(e) 뻥인데... (망설이고 갈등하는데..)

성식 (e) 모두를 만족시키는 선택은 없어. 그 선택에 책임을 지라구

 

고개를 떨구는 박대리...

 

박대리(e) 누구한테나 싫은 소리 않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었나? 일하러 온 회사에 서... 내가... 책임을 진 적이 있었나.

 

다시 그래를 본다. 무한 신뢰의 눈빛을 보내는 것 같은 그래가 보인다.

박대리 (최과장을 휙 돌아 보며 꿀꺽) .. 과장님

최과장 (얼른) 박 대리, 이거 우리 실수했네. 바로 처리할게. 됐지? ?

박대리 절차대로...(까드득) 진행해도 되겠습니까?

최과장 !!!

그래 ....

박대리(E) 지금 하지 않으면 어디에서도 똑같을 거다

 

박대리의 어깨 위로 팡! 솟는 날개!

 

57. 원인터 로비 안내데스크 /

 

석율, 작은 소포 하나 수령하면서도 데스크 여직원과 수다 중이다.

백기가 들어오는 걸 본다

 

석율 어? 장백기씨? (소포 들고가며) 벌써 와요? 협력업체 견학이라면서요?

백기 (엘레베이터 쪽으로 가며) 끝났습니다.

석율 (의아) 왜 혼자예요? 장그래는요?

백기 일이 생겨 저 먼저 왔습니다.

석율 일? (호기심) 무슨 일?

백기 (말 없이 엘리베이터 버튼 누르고)

석율 (백기 분위기 보며 더 호기심) 무슨 일 있었어요? 무슨 일인데에?

백기 ....

 

58. 영성실업 외경/

 

최과장(e) 사장님? 꼭 그렇게 해야겠어 박대리?

박대리 그렇게 해야겠습니다.

 

59. 영성실업 휴게실 안/

 

박대리 아직 문제의 심각성을 모르시는 겁니까?

최과장 (당황)

박대리 달래면 되는 거였습니까?

최과장 (어쩔 줄 모르고)

그래 (박대리를 본다)

박대리 (쐐기를 박듯이) 여태 그래왔던 것처럼?!

최과장 (당황)

 

60. 영성실업 사장실/

 

그래와 박대리 디알테크 사장, 최과장과 임원1 이 앉아 있다.

 

영성실업 사장 면목이 없구만 박대리.

박대리 ....

 

문득 생각 난 듯 수첩과 펜을 꺼내는 그래.

그걸 보고 깜짝 놀라는 일동

 

최과장 정말 사과하네. 오늘 바로 수정해서 내일 인천 떨어지게 조치하겠네.

박대리 절차대로 진행한다고 했잖습니까. 과장님.

임원1 박대리, 내 책임이야. 다 내가 잘못이지.

.... 하지만 우리가 원 인터와 거래한 게 몇 년인가?

박대리 .....

임원1 참 많은 일들이 있었어. 사고가 나기도 하고, 사기를 당하기도 했고...

그때마다 우린 얼굴 한 번 붉히지 않고 대화하고 협의하고 합의했지.

박대리 ....

임원1 박대리. 상사이신 선 부장님하고의 인연은 책 한권이야. 말로 못해요~

박대리 ....

임원1 그런 신뢰가 지금 깨지게 된다는 건 너무 안타깝지 않나.

좋은 게 좋다고. 우리 좋게 해결합시다.

박대리 ....

그래 (박대리를 본다)

박대리 ..... (e) 내가 이런 대우를 받는 사람이었구나. 이렇게 쉬운 사람이었구 나. 당신들은 을의 설움을 논할 자격도 없어

사장 이 정도면 내 망신은 다 준건가 자네들?

일동 (깜짝 놀라 사장을 본다)

사장 날 어디까지 끌어낼 셈이야?(박대리 보며) 박대리, 미안하게 됐습니다.

오랜 인연은 인연이고 잘못은 잘못이오.

박대리 !

사장 절차적으로 하자 했는데 절차를 말하는 거라면 계약의 해지를 말하는 거 요? 배상을 말하는 거요?

박대리 (긴장) ... 그건 본사로 들어가서 논의한 뒤 통보해 드리겠습니다.

사장 (직원들에게 호통)어찌 이리 멍청들 해!!!

박대리 (당황) !!!!

그래 ....

사장 (화난) 그깟 몇 푼 벌자고 이렇게 오래된 파트너와 등을 지게 만들어?!

어쩔 셈이야!

직원들 죄송합니다.

 

그래, 박대리를 보면, 당황해서 식은 땀을 흘리며 굳어 있는 박대리

 

박대리(e)... 때문에... 10년 넘는 파트너십이 박살난다..나만 넘어가 주면 되는 거였는데.

그래 (박대리의 마음을 읽은 듯 차분히 박대리를 본다)

박대리 저.. 사장님

사장(o.l) (격앙된) 경영하면서 오늘 만큼 부끄러운 날이 없네!!!

그래(e) 판이 안 좋을 때 위험을 감수하고 두는 한 수

사장 이렇게 룰을 어겨서야!!당신들 돈에 환장했어!?!?돈이 그렇게 좋아???

장그래(e) 국면 전환을 꾀하는 그 한수를

모두들 잘못했습니다!!!

 

난감한 박대리 얼굴과 오버하듯 직원들 혼내는 사장을 번갈아 쳐다보는 장그래

 

그래(e) 바둑에서는.

묘수, 또는 꼼수라 부른다.

 

사장 (벌떡 일어나며) 내가 직접 찾아가 잘못을 빌고 용서를 구하겠네!!

 

거의 패닉에 빠진 박대리를 보는 그래, 그제서야 불현듯 깨닫는다!!!

 

장그래(e) 묘수가 빛나는 바둑이란 그 동안 불리한 바둑이었단 반증이다.

 

자리에서 일어나는 사장을 말리는 직원들과 박대리.

그런 박대리를 보는 그래.

 

장그래(e) 박대리님은 분명 이 상황까지 못 본 거다.

저들이 깜짝 놀라고 끊임없이 회유하려 하는 것은.

박대리님이 그 동안 이런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인 거다.

(사장을 보며) 성동격서랄까...

눈은 저들을 보며 박대리님을 힐난한다

 

다시 고개를 떨구고 쩔쩔매고 있는 박대리를 보는 그래

 

그래(e) 그러지 않았던 사람이 변한 이유는 뭘까?...

 

<f.c// #50 >

 

그래(e) 나 때문이구나.. 내가 어떤 계기가 됐고,

박대리(e) 영업이야기 좀 들려줄까?

그래(e) 여기까지 오게 된 거구나..

나한테 보여주려 했던 게... (떨고 있는 박대리를 보며)

이 모습은 아니잖습니까..? .....

 

그래, 눈치 채지 않게 핸드폰 문자를 보낸다 <김대리님. 전화 부탁드립니다>

 

그래(e) 그럼... 제가 뭐라도 해야겠군요.

 

곧바로 그래의 핸드폰으로 전화 온다.

 

그래 죄송합니다. 회사에서 전화가 와서요.

박대리 아..너무 늦었네.어쩌지? 장그래씨 혼 나는 거 아냐?

그래 업무 때문에 온 건데 혼나긴요 (박대리 다시 보며) 더구나 박대리님과

함께인데요

박대리 어.... (다시 작은 날개가 파닥파닥한다)

그래 (전화 받으며 나가며) , 김대리님. 아직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