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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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철강팀 

 

일그러진 얼굴로보고서 <미얀마 EPC 사업제목이 있는 첫 번째 장 오른쪽 상단

결재란에 재무팀 보류 마크를 보고 있는 백기... <보류>를 클릭한다.

보류 이유에 아무 내용도 없다.

완전히 굳은 얼굴로 유대리에게 전화를 거는 백기.

다인눈치 보다가 슬쩍 나간다.

 

47. 소회의실 낮 (* 특별히 소회의실 번호가 붙지 않으면 3곳 중 어디든 상관없습니다)

 

회의준비 셋팅 중인 유대리백기와 통화 중이다.

 

유대리 재무팀에서 보류시킨 이유가 없어?

(퍼뜩 떠오르는아하.... (중얼거리듯김선주 부장님 또....!

일단 보류 이유가 없다는 건 김선주 부장님의 독특한 의사전달 방식인데,

 

48. 철강팀 

 

백기전화기 든 채 집중해서 듣고 있다.

 

유대리(e) 이유를 네가 직접 알아내라는 뜻이야기본도 안됐거나정말 잘 돼있는데 중요한 게 빠졌거나 그런 경우가 많아.

백기 (얼굴 확 굳어 버리는...

유대리(e) 왜 알지우리 팀 안영이도 지난 번에..

니가 기본이 안됐을 리는 없고뭘 빠뜨렸는지 다시 봐.

백기 알겠습니다감사합니다.

 

끊고자기가 작업한 파일을 다시 본다그 위로

 

유대리(e) 기본도 안됐거나정말 잘 돼있는데 중요한 게 빠졌거나 .

 

뭔가가 울컥 치밀어 오르는 백기!

 

백기 (내 뱉듯이빌어먹을 기본!

 

백기강대리의 책상 위 결재 서류 파일박스를 확 돌아 본다

가서 아무 거나 하나를 꺼내 대조해 보다가 치밀어 오른다!

 

백기 대체 뭐가 잘못됐다는 거야!!

 

49. 자원팀 + 15층 입구 

 

영이화이트보드에 세정제를 뿌려가며 닦고 있다.

하대리정과장유대리는 책상에 앉아 바삐 일하고 있다.

하대리급히 서류 들고 일어나다가 그런 영이를 본다멈칫스트레스로 후~

 

하대리 안영이.

영이 

하대리 (조금 노려보듯 보다여기 내 책상도 좀 닦아키보드 틈새 틈새 먼지도.

영이 네 (가서 닦는다)

 

하대리기가 막힌 듯 본다나가려는데 등 뒤에서 들리는 정과장 소리.

 

정과장 어이안영이내 자리도 좀 같이 닦아 줘.

유대리 나도~

하대리 (나가려다 말고 본다.)

영이 (걸레 들고 유대리 쪽으로 간다)

하대리 ...! (기가 막히다휙 나간다)

정과장 (유대리에게서류 아직이야서둘러회의시간 다됐다고.

유대리 됐습니다!

 

유대리서류 챙겨 들고 일어나다가 커피 가득한 머그잔을 쳐서 떨어뜨린다.

사방으로 커피를 튀기며 깨지는 커피잔.

놀라는 일동

영이의 블라우스와 하의에 무참하게 튄 커피자국들.

 

유대리 (바닥만 보며진짜.. 안영이 빨리 좀 치워줘.

정과장 (서둘며서류 괜찮아? (유대리 손에 들린 서류 보고됐네.

조심 좀 하지빨리 가자 (영이 보며안영이치워

 

후다닥 나가는 두 사람

영이쭈그리고 앉아 깨진 잔을 골라 쓰레기통에 담는다

그래어두운 얼굴로 15층 입구를 막 들어오다가 자원팀에서 영이가 그러고 있는 걸 보고 멈춘다.

분노를 삭이며 들어오던 석율도 그래가 서 있는 너머로 영이를 본다

휴지로 바닥을 닦던 영이안 되겠다 싶어 벌떡 일어나 나간다.

 

50. 자원팀 앞 통로 

 

나오는 영이그래석율과 마주친다.

 

그래 있어요제가 갖고 올게요.

 

영이가 뭐라 할 새도 없이 화장실 통로 쪽으로 빠른 걸음으로 가는 그래.

영이머쓱하게 석율을 보면 혀를 차며 고개를 젓는 석율

 

51. 자원팀 안

 

대걸레질을 하고 있는 그래.

옆에서 깨진 컵을 수습하고 있는 영이와 석율.

다가 와서 통로 파티션 너머에 서는 백기이들을 본다.

석율 우리 기수 왜 이러냐? (그래 행색 보며아무나 차대는 축구공에

(영이 보며구박받는 콩쥐에 (백기보고푹 절은 배추에 (자신 내려다보 호구까지... 어이구야~

영이 (묵묵히 일만 한다)

석율 아씨안영이들이 받어내가 뭐라고 했어강하게 나가라 그랬지!

그래 (화분을 들어 조금 옮기고 닦으며 자기도 모르게위기십계에 세고취화라 고 있거든요순류에 역류를 일으킬 때 즉각 반응하는 건 어리석은 일이에 요 (멈칫한다... 다시 닦으며그러니까상대가 역류를 일으켰을 때 나의 순류를 유지하는 게 상대의 처지에서 보면 역류가 되는 거거든요.

 

각각의 표정으로 그래를 보는 영이와 석율과 백기

그래화분을 제자리에 옮겨 놓고 대걸레 들고 나간다 .

여전히 한 곳에 서 있는 백기의 곁을 그래가 스쳐 지나간다.

백기그래를 돌아본다.

 

석율 뭐라는 거야?

영이 ......

백기 ......

백기 핸드폰 진동 울린다헤드헌터 이지현의 전화다받는다.

 

백기 여보세요.

헤드헌터(e) 써치 앤 브레인 이지현입니다내일 면접 일정 확인차 전화 드렸습니다.

백기 (다시 철강팀 쪽으로 걸어 가며.. 내일이죠가능합니다월차 낼

겁니다.

 

52. 철강팀 낮 (*맨 먼쓰 프로젝트에 투입되는 월 인원을 나타내는 숫자)

 

들어오는 백기책상 위에 보류된 재무팀 결재 파일 프린트 물과 강대리의 결재 서 류를 펴서 다시 본다잔뜩 구겨진 인상으로 노려보듯 비교해서 보지만 도통 모르

겠다그때 탕비실에서 나오던 상식그런 백기를 보다가 다가온다.

 

상식 재무팀에서 빠꾸 먹었다매?

백기 (깜짝 놀라 보고 당황해서 인사하고...

상식 빠꾸 이유도 못 받았대매?

백기 (당황한)

상식 재무팀 다녀오는 길이야.( 백기가 들고 있는 예산안 파일을 휙 낚아 채 보 )이거야?

백기 (당황한...

상식 (슥 넘겨 본다일정은 이렇게 말로 풀어 놓으면 안 돼결재 틀에 맞 게 표로 만들고맨 먼쓰 (Man Month)는 니가 계산해서 넣어야지빠지니 까 가격만 있고 인력이 몇 명인지 알 수가 없잖아계산이 필수라고.

(보다가하하.. 이런 듣도 보도 못한 양식은 참 신선하네

(백기에게 파일을 휙 건네준다)

 

파일을 받는 백기의 흔들리는 눈빛...

 

<f.c// 7화 # 31>

강대리(e) 이 듣도 보도 못한 양식은 뭡니까?

이 줄 간격하며원인터 통일 양식 안 배웠어요?

누가 마음대로 그렇게 일 처리하래요.

 

백기 ......

상식 수정해서 빨리 제출해재무팀 자꾸 쪼더라하회탈 마녀가 들들 볶는

모양이야 (나가면서 중얼중얼장그래도 저렇게는 안하는데

백기 ......

 

53. 영업 3팀 /

 

그래문서를 정리하며 일하고 있는데 동식 들어온다.

동식 (그래를 흘깃 보고상식에게과장님먼저 퇴근하겠습니다.

상식 (보고들어가.

동식 (가방 들고 나가는데)

상식 장그래너도 퇴근해.

그래 아네 과장님

 

그래가방을 챙기면서 가고 있는 동식을 본다.

 

54. 원 인터 밖 

 

그래밖으로 나오는데 가방 든 영이가 부른다

 

영이 장그래씨.

그래 (돌아 보고영이씨

영이 퇴근?

그래 네.

 

서로 꼬질꼬질한 옷을 본다영이웃으며

 

영이 오늘 참 열심히 살았네요.

그래 그렇네요.

영이 내일 또 보도록 해요.

그래 (웃으며.

박과장(off) 어이계약직.

 

그래보면 밖에서 들어 온 박과장이 슬렁슬렁 다가 온다.

영이목례하지만 박과장 무반응

 

박과장 퇴근?

그래 네

박과장 (기가 찬 듯 웃으며세상 좋아졌네칼 퇴근.

영이 가 보겠습니다 (인사하고 간다)

박과장 (영이를 흘깃 보며쟨 아마 시집가면 제 2의 선차장 되거나 시집 못 가

면 김선주 부장처럼 될 꺼야 (낄낄 웃다가 그래를 흘깃 보고내일 봐

(슬렁슬렁 들어 간다)

그래 (인사한다)

 

박과장비웃듯 그래 쪽을 돌아 봤다가 피식 웃으며 들어 간다

가는 박과장의 모습을 한참을 보고 있던 그래..

 

<f.c // #43>

동식 당신은 정말 모든 걸 수용하겠단 자세로 회사에 들어 온 것 같단 말이야.

이건 말하자면.. 출소한 장기수 같달까?

동식 어떻게든 사회에 적응하려고 발버둥치는..

동식 대체 어떤 과거가 있으면 이렇게 희생적이고 협조적일 수 있지?

 

그래(e) 출소한 장기수.. 그게 뭐 어쨌단 겁니까.... 지금 이렇게 전부 보여지고 있는데과거가 왜 필요하다는 겁니까....

 

전화기를 꺼내 어딘가로 전화를 한다신호가 가고 딸깍 받으면

 

동식(e) ?

그래 어디까지 가셨어요?

동식(e) 지하철역

그래 잠깐거기서 기다려 주실 수 있으십니까?

동식(e) ?

그래 보여드릴 게 있습니다.

 

55. 몽타쥬 

 

#-1. 골목.

어색한 모습으로 저벅저벅 가는 두 사람

#-2. 그래 집 앞.

어색하게 서 있는 두 사람약간 어색한 얼굴로 그래의 집을 보는 동식.

문을 열고 먼저 들어서는 그래뒤따라 들어 가는 동식.

 

56. 마당

 

찜질방 빨래 옷을 잔뜩 널고 있는 그래모빨래 너느라 여념이 없다.

그래와 동식이 들어오는데 돌아보지도 않고.

 

그래모 일찍 왔네에씻고 밥 먹어라고등어조림 해 놨다양념을 잘못해서

꼬리 쪽은 비리더라.

그래 (동식을 보고 빙긋 웃었다가맨날 비려

그래모 그러니까 오늘은 꼬리 쪽을 누가 먹을란가 꼭 정하고 들어가자고.

엄마라고 비린 것도 막 주워 먹을 수 있을 거란 고정관념은 버리고.

가위 바위 보 하자 (손을 털며 돌아 서다가 동식을 보고 깜짝 놀란다?

그래 저희 팀 대리님이세요

동식 안녕하십니까어머니

그래모 (환하게 웃으며 손을 덥썩 잡고아이구상사분이 여기까지저녁은요?

동식 아닙니다곧 갈 껍니다장그래씨가 뭘 보여줄 게 있다해서요.

그래모 (그래 보며?

동식 (넉살 좋게글쎄요감춰 둔 색시 같은데요?

그래모 (농담 안 받고 꿈벅꿈벅 동식을 본다)

동식 ... (당황하는데)

그래모 (갑자기 들고 있던 빨래로 그래를 때리면서너 이놈의 자슥뭔 짓을 하 고 돌아다니는 거니?! 뭔 짓을 하고 돌아 다니기에 그런 추잡한 소문

이나 흘리고 다녀?!

그래 (태연하게 한숨 쉬고 있고)

동식 (당황해서 말리며.... 아녜요어머니농담이에요농담입니다

그래모 (동식을 확 보며농담?

동식 (쫄아서농담이요

그래모 (보다가 멀쩡한 얼굴로알아요

동식 (당황하는?

그래모 나도 농담이야농담이 이 정도 수준은 돼야지상사 대리님 껀 아주 못 쓰겠더만재미도 없고 감동은 더 없고.

동식 (~)

그래 들어 가요대리님(들어 간다)

동식 (~)

 

57. 그래의 방 

 

문이 열리며 물과 잔이 든 쟁반을 들고 그래 모가 웃으며 들어 온다.

밥을 다 먹은 그래와 동식.

 

그래모 어떻게 입맛에 맞나 모르겠네

동식 아주 맛있었습니다.

그래모 다행이네

 

상을 보는데 고등어 조림 꼬리 쪽은 남았다.

그대로 빤히 남은 꼬리를 보고 있는 그래모.

동식그래모의 시선을 따라 보며 당황하는데

 

동식 .. 그게

그래 (심드렁하게진짜 비려서 못 먹겠어

그래모 .... 그래그럼 뭐 엄마가 먹어야지.. (동식을 본다)

동식 .. 아니,

그래모 난 또 손님 취향은 좀 다른가 싶어 내놨더니

동식 .. 아니,

그래 (상을 들고 일어나 나간다)

그래모 (다시 공손하게그럼 편히 있다 가세요 (나간다)

동식 (엉거주춤 일어나고)

 

그래 다시 들어오면 멍~하게 서 있는 동식

 

그래 우리 엄마식 유머예요당신은 재밌다고 저러시는데하나도 안 웃겨요

동식 ..허허(어색하게 웃으며 방을 휙 돌아 보며아까부터 궁금했는데...

방이 왜 이렇게 썰렁해?

그래 ... 버렸으니까요출소한 장기수한테 옥중의 물품은 쓸모없으니까요.

동식 그건 내가 좀 무리한 표현이었어미안해.

 

한쪽 구석에 있는 바둑판과 바둑알.

 

동식 웬 바둑이야?

그래 .... 바둑을 뒀었습니다.

동식 (의외라는 얼굴로 본다....?

그래 (옅게 웃으며.. 어릴 때 장난삼아 삼촌이 가르쳐 줬는데 재능이 있어

보였나봐요곧 본격적인 세계로 들어가게 됐죠

 

<# 57-1. f.c// >

바둑을 두는 7살 그래그대로 바둑 두는 청소년 그래로 바뀐다.

도장에서의 청소년 그래도장 친구1과 지나가면서 인사하는 청소년 그래.

기보를 보며 연구하는 청소년 그래

 

그래(e) 본격적인 세계란... 바둑만을 위한 세계를 말합니다.

연구생바둑도장 동기가 친구의 전부고기보를 보며 하루 열 시간

넘게 바둑만을 두는 세계. 10대 때의 제 세계입니다.

 

그래 프로기사를 꿈꿨었죠물론 실패해서 대리님 앞에 있지만요.

동식 (본다)

그래 갖고 있던 거의 모든 걸 버렸지만유일하게 버리지 않은 게 있어요.

 

옷장에서 기보집 더미를 꺼내놓는 그래보는 동식

 

그래 연구생이 되고제가 뒀던 모든 바둑들의 기보입니다판마다 제가 왜 이 겼는지 졌는지납득할 수 있는 이유를 적은 겁니다그러면 사범님께서 (보여주며이렇게 첨언을 해주시죠. 11살 때부터 이걸 해왔습니다이걸 보면 당시의 모든 게 떠오릅니다.

동식 대단하군.. 대단해. (글씨가 빼곡한 A4 용지 묶음을 보고이건 뭐지?

그래 이 회사 들어와서 둔 대국들입니다.

동식 대국?

그래 저 혼자서하루를 한 판의 바둑으로 보고 둔 일기대국이죠.

동식 절묘한데?

동식 (보면서근데 왜 하루가 여러 장이야?

그래 바둑에 다면기라고 있어요.

 

<f.c 57-2. // 한명의 고수에 하수 여럿이 두는 다면기 대국 장면>

그래(e) 기본적으로 바둑은 1:1인데다면기는 바둑의 고수가 여러 명의 대국자와

바둑을 두는 것을 말합니다보통은 고수가 다 이기죠.

 

그래 사회에도 다면기가 있더군요그런데 사회의 다면기는 좀 다른 것이...

하수도 다면기를 둬야한다는 겁니다.

<f.c // 앞 화에서 동식상식박대리, PT때의 석율원 인터 빌딩을 보고 선

그래각각의 적당한 모습>

 

그래(e) 김대리님과의 한 판이 있고과장님과의 한 판이 있고타 부서와의 한 판 경쟁상대와도 판을 벌여야 하죠.

그리고 언젠가는 회사 자체와도 한 판을 둬야 할 것입니다.

 

바둑판과 바둑알을 자기 앞으로 끌어 놓는 그래.

그래흑돌을 쥐고 접바둑의 8점을 깔면서 계속 말한다.

 

그래 바둑에서 접바둑이라는 게 있습니다하수가 고수를 상대할 때 4점 8 을 먼저 두고 시작하죠.

동식 ...

그래 그러나... 사회에선하수 즉 신입사원을 상대로 고수가 접바둑을 둡니다.

고수가 이미 4, 8아니...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백돌을 깐 곳에 들 어 가는 거죠그런데 더 무서운 건... 하수인 흑돌의 규칙은 바뀌지 않는 다는 거죠.

동식 흑돌의 규칙?

그래 덤을 남겨야 합니다특히 저 같은 경우 남만큼 해선 이길 수... 자리 잡 을 수 없는 것 같아요신입사원이라는 건경험이 없는 상황에서도 무언 가를 더 남겨야만 하는 사람 아닙니까?

동식 .....

 

58. 주택가 외경

 

멍멍멍멍개 짓는 소리가 동네에 울린다.

 

59. 동네 일각 골목


저벅저벅 걸어 나오는 동식과 그래

 

동식 우리 회사는 어떤 연으로 들어 온 거야?

그래 후원자 분이 계세요성원실업이라고.. 중소기업인데 거기 사장님이시거든 최전무님과 친분이 있으신가봐요.

동식 ...장그래씨전무님 낙하산이었구나

동식 (혼잣말처럼그래서 그때 과장님이..

 

<F.C// 2화 # 50 에서>

 

상식(o.l) 나 가.

동식/그래 (놀라 보면)

상식 (버럭나가라구이 새끼야!!

 

그래 네?

동식 아냐. (웃으며완전 실세 낙하산인데?

그래 (웃는전무님은 기억도 못하실 거예요저도 회사 와서 한 번도 개인적으 로 뵌 적이 없고요

동식 근데 그 후원자 분은 이왕 취직시켜 줄 꺼 좀 빨리 도와주지.

그래 도와 주셨었죠.

동식 (본다)

그래 검정고시 치르고 바로 그분 회사에 취직시켜 주셨어요.

동식 근데 왜 그만 뒀어?

그래 (힘없이 웃으며그땐 바둑 두던 과거를 숨기지 않았어요처음엔 호기심 어린 호의점점 차차 의구심 어린 시선그러다가 불편한 확신으로 이어 지더라구요바둑을 둬서 융통성이 없다바둑만 둬서 고지식하다..

1년 겨우 다니고 군대로 도피했어요

동식 그래서.. 우리한테 과거를 그렇게 숨기는 거였어실패자로 보일까봐?

그래 .....

동식 ... 당신은 실패하지 않았어나도 지방대 나와서 취직하기 힘들었는데 합 격해서 입사해보니까 말야성공이 아니고 문을 하나 연 느낌이더라고.

 

<인서트>

# 59-1 철강팀깊은 밤

모니터 불빛만 파르스름한 어두운 사무실에 혼자 앉아 있는 백기

책상 위 보류된 결재서류를 쳐다본다.

들어서 모니터 불빛에 의지해 다시 들여다 보는 백기

 

# 59-2. 영이의 집깊은 밤

책상 서랍을 여는 영이깊숙한 곳을 뒤적여 옛 회사의 사원증을 꺼내서

보는 영이..

 

동식(e) 어쩌면 우린 성공과 실패가 아니라죽을 때까지 다가오는 문만 열어가며 살아가는 게 아닐까 싶어.

그래(e) 그럼 성공은요?

동식(e) 자기가 그 순간에 어떤 의미를 부여 하느냐에 달린 문제 아닌가?

일을 하다보면 깨진 계약인데도 성장한 것 같고 뿌듯한 케이스도 있어.

그건 실패한 걸까?

 

60. 버스 정류장 앞 혹은 지하철 역 앞 혹은 동네 어귀 일각 ()

 

멈춰 서는 그래동식을 보고

 

그래 졌어도 기분 좋은 바둑이 있어요그런 걸까요?

동식 잘은 모르지만그렇지 않을까? (악수 내밀며내일부터 다시 잘 지내자.

그래 (보다가 잡으며감사합니다.

동식 사실 나 트위터 아이디 있어근데 쓸 말이 없어서 놔두고 있었어.

그래 씨도 할래팔로우로 신청해.

그래 어느 게시판에서 직장상사와는 하지 말래요 (웃는)

동식 (웃는그럼 갈게장그래씨

그래 잘 가세요

 

저벅저벅 가는 동식을 쳐다보는 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