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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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16층 엘리베이터 앞 /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성대리와 마주치는 석율

 

성대리 (활짝) ?! 우리 석율!

석율 , 대리님. 지금 막 태진실업에 서류 보냈습니다.

성대리 (어깨동무하며) 잘했어 잘했어. 역시 믿고 보는 우리 한석율이야.

고생했어! 커피 한잔 할래?

석율 (천진난만) !

성대리 (카드 꺼내며 장난스럽게) 젤 비싼 걸로 먹어. 나도 한 잔!

성대리, 석율에게 카드 착! 내밀면


17. 커피숍 안 /

내밀어진 카드를 점원이 받아서 긁는데 삑!! 하는 소리 낭창하게 들린다.

 

석율 (당황)

점원 손님, 한도 초과인데요.

석율 ?

점원 (다시 해본다. ~) 안되는데요..

 

석율, 당황해 하다가 지갑에서 자기 카드를 꺼내 준다

석율 여기요.

 

18. 섬유1/

 

인터넷으로 뉴스 보고 있는 성대리에게 커피 내미는 석율.

 

성대리 (커피 받으며)~ 땡큐~ (태연하게 모니터에 집중하는)

석율 .. 대리님 카드.. (내밀면)

성대리 , 카드 (받으며) 땡큐 (계속 일하는)

석율 (잠시 머뭇하다) 한도 초과던데요.

성대리 ? (돌아보며)그래?? ! 맞다!! 얼마니? (지갑을 꺼내 연다)

석율 구천,

성대리(o.l) 이런.. 현금이 없네..

석율 (당황) .. (얼른) 괜찮습니다. .. 제가 쏘는 걸로 하죠.

성대리 그래? 역시 진짜 남자 한석율!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이고 다시 모니터 보 려다가) 아참! 폴리에스테르 건 말야. 이따가 캐나다 바이어가 전화 올 거 . 그때까지 아이템 리스트 좀 뽑아서 준비해 둬야겠다.

석율 ? 캐나다요?

성대리(o.l) (모니터에 집중한 ) 그 쪽 시간으로 오전 11시쯤 한댔으니까 우리 쪽 시 간으로는.. 12시쯤 되겠다.

석율 (흔쾌하지 않은 얼굴로) .. 열두시요..?

성대리 ! 그리고 내일 말이야. 우리 부서 임원진 조찬 모임 수행 좀 해

석율 .. 조찬이요?

성대리 . 다섯 시 반까지 킹스 호텔로 가서 준비하면 돼

석율 .. 다섯 시 반이요? 새벽 다섯 시 반이요?

 

건성으로 ~’ 하며 모니터 보며 커피 빠는 성대리를 멍~하게 쳐다 보는데.

 

성대리 아참! (휙 돌아 보며) 난 내일 아침 일찍 출장이라 못 간다.

석율 (~)

 

19. 휴게실/

 

털썩 앉는 석율, 미심쩍은 얼굴로 갸웃한다

 

석율 이상해...(갸웃) 이상해...

 

<f.c// 525>

석율 (피식) 난 우리 성대리님이 너무 찾아서 탈이고. 하하

 

<f.c// 79>

성대리 (돌아서서 석율 손에 서류 한 무더기 주며) 재무부장님 봤구나.

성대리 , 하회탈이라며? (또 서류 한 무더기 얹으며) 괜찮은 분이야. 합리적이 , (또 한 무더기 얹으며) 신입들 의견도 들어줄 준비가 되어 있는.. .. 한마디로 열린 사람이지! 우리 한석율씨처럼 (또 얹는다)

성대리 (일어나며) 그거 처리 좀 부탁해 (휙 나간다)

 

석율 이건 ... 뭐랄까... 꼭 알바하고 돈 못 받았을 때랑 같은 느낌이야.

뒷통수 맞는 느낌.

 

전화하는 석율, 전화벨 울리는 소리가 들리는데 가까이 들린다. 어리둥절하는 사이

 

그래(e) , 한석율씨

석율 , 장그래. 나 지금 휴게실인데 잠깐 볼 수 있어?

그래 (탕비실 쪽에서 쑥 내밀며) 왜요?

석율 ?? (오라고 손짓한다)

그래 (찡그리고 가며) 무슨 일입니까?

석율 (한숨 쉬며) 내 얘기 좀 들어봐봐. 듣고 판단 좀 해 봐봐. 우리 성대리님 이 너두 알다시피 인품이 훤칠하신 분이잖아

그래 모릅니다.

석율 ? , 어쨌든. 근데 이상해... 암만 생각해도.. 성대리님 말야,

그래(o.l) 일을 떠넘기시는 거 같습니까?

석율 (깜짝) ? (그래를 멍~ 본다) .. 니가 봐도 그래?

 

그때 울리는 그래의 핸드폰

 

그래 (받아서)여보세요.

박과장 , 난데

그래 누구십니까?

박과장 !! 이 자식아! 넌 상사 목소리도 몰라?!

그래 ! . 박과장님.

 

20. 영업 3/

 

상식, 결재 서류화일 들고 들어오며, 동식에게

 

상식 자원 철강팀 EPC TF 건 프린트 좀 해 줘

동식

상식 (빈 박과장 자리보고) 박과장 아직 안 왔어?

동식

상식 (그래 자리를 돌아보며) 장그래는?

동식 , 글쎄요. 방금까지 있었는데?

 

21. 거리 일각 /

 

박과장 구두를 들고 서 있는 그래.

이리 저리 보며 박과장을 기다리다가 전화를 한다.

 

박과장(E) 내 차롄가?

 

22. 당구장 안 /


큐대에 초크 능숙하게 묻히고 슬리퍼 질질 끌며 다가오는 박과장.

거만하게 큐대를 들고 당구대 앞으로 와서 치려고 폼 잡는다.

 

상대 근데 아까부터 계속 휴대폰이 울리던데..

박과장 (공치는데 집중만)

상대 괜찮아요? 박과장님?

박과장 (날카롭게 공을 조준하며) 눈앞의 위기를 먼저 타개하라 (공을 딱 치면)

 

흰 공이 이리저리 움직여 붉은공과 노란공을 맞춘다.

 

상대 끝나고 사우나 가실 거예요?

박과장 (심각한 표정으로 다음 샷 계산한다).

남자 (공 치며) 할인권 있는데 드려요?

박과장 야 자식아. 나 필립호텔 사우나 멤버십 회원이야. 어따 대고 동네 목욕탕 을 들이 밀어?

남자 (슬리퍼를 보며) 그거 신고 호텔 가시게요?

박과장 미쳤냐? (공을 딱 친다)

 

23. 회사 근처 거리 일각 /

 

전화 중인 그래, 신호만 가고 안 받는다. 난감해서 두리번거리는데

~ 쪽에서 슬리퍼 차림으로 어슬렁어슬렁 나타나는 박과장.

 

박과장 어이!

그래 (보고 달려 간다)

박과장 (구두 보고) ,

 

그래, 내려 두면. 박과장, 갈아 신고 슬리퍼를 발로 슥 밀려

 

박과장 갖다 둬. 난 이전 거래처 사람이 찾아 와서 잠깐 만나고 올라 갈게 (간다)

 

슬리퍼를 줍는 그래 너머로 유유히 사라지는 박과장 모습.

 

24. 영업3/

 

약간 굳은 얼굴로 슬리퍼 들고 들어오는 그래

 

동식 뭐야?

그래 아닙니다. (하면서 박과장 자리에 놓아 둔다)

동식 (인상 확!) 박과장님 어딨어?

그래 거래처 사람 만나고 있습니다.

동식 (약간 어이없이) 무슨 거래처? 방금 온 사람이.

그래 자원3계실 때 거래처랍니다.

동식 (기가 막힌 헛웃음)

상식 ....

동식 (그래에게) 전화해봐

그래 (전화기 든다)

 

25. 사우나 사물함 안 //

 

벗어둔 옷 위에 놓여 있는 핸드폰, 징징 울리고 있다.

핸드폰 액정, 영업 3팀이 뜬다.

 

26. 사우나 안 //

 

뜨거운 물 안에 개운한 표정으로 앉아 있는 박과장.

눈을 감은 채 한 손을 욕조에 걸치고 여유 있게 앉아 있다.

 

<f.c// # 4>

상식 ... 전에 부서에서는 어땠지?

박과장 그야 당연히...

상식 (책상 위 수화기를 들며) , 이과장. 박과장 당신 팀에 있을 때 호칭

어떻게 했어? (듣고) 알겠어.

박과장 (뜨끔)

상식 (수화기 내려놓고) 내가 무리한 건 아닌데 말이지?

 

<f.c// #7>

상식 우리 그 동안 진행한 중동 관련 아이템 자료야. 할 만한 게 있는지 봐

 

눈을 뜬다. !’하며 한쪽 입술이 기괴하게 삐죽 올라간다

 

박과장 별 것도 아닌 새끼가.

같이 월급 받는 주제에 목에 힘주긴 (비식)

 

물속으로 들어갔다가 다시 나와 양 손으로 머리를 쓸어 올리며

 

박과장 여기가 신세계네. 이 맛에 회사 다니는 거지. 안 그렇냐? 박종식!

흐허허허허~

 

사우나탕 안에 울리는 박과장의 웃음 소리

 

27. 철강팀 /저녁

 

강대리 자리에 전화가 울리고 있다.

백기, 힐끗 보고는 무시하고 퇴근 준비를 한다.

상식, 철강팀으로 들어온다.

 

상식 (강대리 자리보고는) 이 친구 어디 갔어? 퇴근했어?

백기 (꾸벅 인사하며) 아닙니다. 바이어 수행 때문에 포항 가셨습니다.

 

전화 계속 울린다. 말이 잠깐 끊긴다.

백기, 신경 쓰이지만 모른 척 상식을 보고 있는데, 전화는 계속 울린다.

상식, 갑자기 강대리 자리로 가서 전화를 받는다.

 

상식 , 원인터 철강팀입니다.

백기 (당황해서 보면)

상식 , 강대리 출장 중입니다. 어디라고 전해 드릴까요? (받아 적고) , 해 드리겠습니다. (전화 끊고 메모를 백기를 주며) 전해줘.

백기 (당황해서 보다가 받아든다)

상식 (파일 내밀며) EPC TF 건 강대리가 만든 보고서 검토 다 했으니까 철강 팀에서 먼저 결재 올리라고 해. 라인은 다 괜찮은 거 같다고 말이야. 자원 팀이랑 우리팀에서도 결재 올려야 하는 급한 건이니까 오는 대로 바로.

백기 . 오시면 말씀 드리겠습니다.

상식 (나가다가 획 돌아보며) 차과장은?

백기 과장님은 지금 미얀마 현지 출장 중이십니다.

상식 (백기를 슥 보더니) 여기도 인력 충원해야겠네.

백기 (당황하는데)

상식 몸은 콩밭에 보내기로 한 것 같은데 마음은 아직 텃밭에 있는 거 아니지?

백기 (당황)?

상식 수고해 (간다)

 

굳은 얼굴로 상식을 보다가 손에 쥔 메모를 본다.

 

28. 영업3/ 저녁

 

상식이 들어오면 가방을 싸고 있는 박과장.

동식과 그래는 굳은 얼굴로 각자 할 일 하고 있다

박과장 시간 참 성실하게 간다. 벌써 퇴근 시간이네?

상식 박과장, 어디 갔다 왔어?

박과장 (흘깃 보며) ? ~ 나 참 (그래 보며 벌컥) ! 계약직. 너 말 안했어?

거래처 사람 만나러 간다고 했잖아!!

상식 거래처 사람을 사우나에서 만나나?

박과장 (뜨끔해서 보면)

상식 사우나 쑥내가 아직까지 진동이야

박과장 (빙글~ 웃으며) ~ 나 참. 상식이형 그 개코는 죽지도 않았네

상식 (차갑게 굳어지는 얼굴) 박과장. 사적인 자리 아니면 호칭 제대로 붙여

박과장 (멈칫) ~ .. 알았어요. 안 보는 새 엄청 권위적이 됐어.

옛날엔 안 그랬는데.

동식 (점점 구겨지는 얼굴)

상식 업무시간에 사우나 가는 것도 이제 그만 둬. 엄연한 근무태만이야.

박과장 (번득이듯 노려보는) 예예~ 잘못 했습니다. , 해야죠. (책상 위 그래 가 줬던 기획안들을 픽 잡아 죽죽 넘기다가) 할랄? (상식 보고) 이거, 할 랄 유통 사업, 해 볼까요?

상식 (박과장 보다가) 할 만한 아이템이야?

박 과장 뭐~ 당장 큰 몫은 아니지만 중동 쪽 환경 파악하는 데는 딱이거든요.

영업3팀 입장에선 스터디 삼아 해 보는 것도 나쁘진 않아요

상식 좋아 그럼,

박과장(o.l) 근데요, 중동아이템은 혼자 못합니다.

상식 김대리,

박과장(o.l) 장그래면 되요. 장그래 주세요

그래 ! (본다)

동식 박과장님, 장그래씨는 아직,

박과장(o.l) 안돼요? (그래 보며) ? 케파가 안돼? (상식 보며) , 대단한 서폿도 필 요 없어요. 고등학교만 졸업하면 다 할 줄 아는 일 시키지 뭐 (그래 보며) 고등학교는 졸업했잖아? ! 못했나?

상식 박과장,

그래 (상식에게) 과장님, 허락하시면 제가 박과장님 서포트하겠습니다.

동식 장그래씨, 무슨 존칭이 그래?

박과장 (확 보면)

동식 오 과장님과 박 과장님, 누가 더 위야? 존칭을 겹으로 쓰는 게 어딨어?

박과장 , 김동식. 넌 뭘 그런 걸 따져? 괜한 시비 만들지마

동식 넌이라뇨? 넌이 뭡니까? 박과장님!

박과장 (인상?!

상식 그만.

박과장 ~ , 팀 위계가 개판이야. 대리가 과장한테 개기고

김부장(off) ~? 분위기 좋은데? 벌써 친해졌어?

 

보면 통로 저 쪽에서 웃으며 다가오고 있는 김부장

박과장 (활짝 웃으며) !! 부장님! 오셨습니까? (얼른 나간다)

 

29. 영업3팀 앞 통로/

 

김부장 (나오는 박과장 보며) 어때? 3?

박과장 환상의 팀웤이 기대되던데요?

김부장 3팀 사업 중요해. 힘 좀 써줘. 내가 각별히 신경 써서 배치한 거니까.

박과장 잘 알고 있습니다. 명심하겠습니다. 요즘 공은 어디로 치러 가시나요?

김부장 지난번에 잘못 쳐서 손목이 안 좋아 쉬고 있어.

아무튼 기대가 커. (영업 3팀 안으로 대고) 수고들해.

3팀 일동 (인사) 안녕히 가십시오

박과장 (허리 90도로 숙이는 박과장) 살펴가십시오.

 

김부장, 멀어지자 스윽 허리 펴는 박과장

 

박과장 (이마에 핏대. 혼잣말) 이렇게 엿 먹이시는 거 아니시지 말입니다.

 

구겨진 얼굴로 그런 박과장을 쳐다 보는 상식, 동식, 그래

 

30. 술 집(오봉자 싸롱)/

 

착잡한 얼굴로 술을 마시고 있는 상식, 그래, 동식

 

상식 원래 일 잘하던 사람이었어. 중동 전문가라 우리 팀에 도움이 되는 것도 확실하고.

동식 알죠. 자원 2팀에 계실 때 요르단 일억 이천만 불 수출계약 달성은 거의 전설이었잖아요. 자원 2팀 단독으로 이룬 최대 성관데 (그래 보며) 그때 박과장 활약이 대단했었지

그래 (약간 놀라 보면) 그랬어요?

동식 그땐 대리였을 땐데 현지 업체 관계자들과 커뮤니케이션을 전담했거든

자타가 공인하는 계약의 일등공신이었지

상식 (술잔 들고 혼잣말처럼) 그때부터였지. 아슬아슬해 보인 게.

동식/그래 (상식을 본다)

상식 (술 탁! 마시고) 안고 가자. 영업3팀에 온 이상 우리 사람이야.

일은 놓쳐도 사람은 안 놓치는 게 우리 팀훈이잖아

동식 (심드렁하게) 과장님 개훈이겠죠.

상식 (동식에게) 어감 참 난센스하다. (그래에게) 내일부터 할랄 붙어서 서포트 잘 해줘라. 힘들겠지만 참고. 너 그거 전매특허잖아. 참는 거

그래 (당황) ?

동식 전 그것도 맘에 안 들어요. 장그래씨. 사람이 왜 그래? 업무적으로 모자라 는 걸 지적당하는 건 당연한 건데, 인신공격은 다른 문제라고. 싫으면 싫 다는 말을 확실하게 해. 자존심도 없냐는 소리 듣기 딱 좋잖아

그래 ....

 

그래를 흘깃 보고 술을 마시는 상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