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대본 미생 8화 (46-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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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술집 / 밤
세 사람 들어서면, 반갑게 맞는 미쉘 장과 여비서
마담 어서 오세요. 문대표님은 리무진으로 모시는 중입니다. 곧 도착 하실 겁니
다. 저희 애들은 두 시간 전부터 올 스텐바입니다.
동식 좋습니다. 꼭 해 냅시다.
마담 (끄덕하는데)
민실장 오셨습니다.
세 사람, 돌아보면 문이 천천히 열린다. 자기도 모르게 마른 침을 삼키는 그래.
그래(e) 드디어 그가 왔다...
코끼리처럼 크고 묵직한 몸집의 남자가 천천히 들어 온다.
한발씩 내딛을 때마다 쿵쿵쿵 울리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 내공이 느껴진다.
문충기를 보는 상식. 천적을 만난 듯한 긴장감 속에 미소를 짓는다.
그런 상식을 보는 그래.
그래(e) 신념이란 말이 조롱거리가 된 시대에,
상식 반갑습니다. 문 대표님. (명함 주며) 원 인터내셔널 영업3팀 과장
오상식입니다.
문충기 (느긋하게 받으며)안녕하시오
그래(e) 오과장님에게 그 케케묵은 단어를 꺼내들게 한 남자.
동식 (명함 주며) 김동식 대리입니다.
그래 (명함 주며) 사원 장그래입니다.
문충기 (셋을 보며 여유 있게 웃는다)
속 마음을 감추고 문충기를 보는 상식,그래,동식과 여유 있게 시선을 받는 문충기
그래(e) 과연, 오과장님은 자신의 생각대로 신념을 지켜낼 수 있을까?
문충기(노래e) “♬ 찬찬찬!“
47. 룸 안/ 낮
문충기(노래) “♬ 그러나 마음 줄 수 없다는 그 말~ 사랑을 할 수 없다는~ 그 말
쓸쓸히~ 창 밖을 보니 주루룩 주루룩 주루룩 주루룩~ 밤 새워 내리~ 는 빗무~~울”
노래를 뽑고 있는 문충기. 많이 놀아본 가락으로 훌륭한 노래 솜씨다
그래(e) 승부는 생각보다 싱겁게 끝났다.
옆에서 탬버린 치며 장단 맞춰 미친 듯이 놀아 주고 있는 상식과 동식과 그래
동식은 넥타이 머리에 매고 소화기를 들고 노래를 따라 하고 있고, 상식은 양 바짓 단을 양말 속에 넣어 고쟁이를 만들어 접대유희 하고 있다. 그래는 알아서.
그 와중에 화채그릇에 담긴 폭탄주를 그릇째 들어 꿀꺽꿀꺽 마시는 문충기
그래(e) 영업3팀 술 접대 역사 이래 가장 주도면밀했던 계획은, 지금까지
듣도 보도 못한 희대의 술고래 앞에서 시작도 못하고 무력화 됐다
#-1 / 술을 돌리고 전화를 받는 척하며 일어나려는 상식을 불러 앉히는 문충기
#-2 / 술을 물수건에 뱉으려는데 빤히 쳐다보고 있는 문충기 때문에 꿀꺽 삼키는.
#-3/ 밑에 뱉으려고 구부리는데 저만치 바닥에 굴러다니고 있는 쓰레기통들
노래 부르는 문충기와 장단의 몸부림을 치고 있는 세 사람과 아가씨들.
문충기(노래) “♬ 다가선 나를 향해 웃음을 던지면서 술잔을 부딪히며 찬찬찬!”
그래(e) 속성으로 배운 폭탄주 제조는 실전에선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었고
#-4/ 폭탄주 만들던 그래는 실수를 연발하고,
#-5/ 문충기, 보란 듯이 다양한 폭탄주들을 만들어 세 사람에게 돌린다
<f.c//1 - 골프주>
<f.c//2 - 레인보우주>
와인을 밑에 깔고 그 위에 양주를 채우고, 그리고 그 위에 와인 몇 방울을 떨어뜨리며 박수를 유도하고.
<<f.c//3 - 충성주>
잔을 쌓아 놓고 머리를 쾅! 박는 문충기, 그러고도 끄떡없다
문충기가 주는 폭탄주를 다 받아 마시고 완전히 취한 동식
그래(e) 어느 게 홍찬지 어느 게 양준지 구분도 안 되는 지경의 김대리님도,
노래하는 문충기 옆에서 취한 채 혼신의 힘을 다해 춤추고 술 마시고 기분 맞춰
주느라 몸부림치고 있는 상식...
그런 상식의 몸부림을 보고 있는 그래...
그래(e)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1차에서 계약서에 사인을 받아 내고야 말겠다며
몸부림치는 오과장님도, 나도,
문충기(노래) “♬♬ 그러나 마음 줄 수 없다는 그 말~ 사랑을 할 수 없다는~ 그 말”
그래(e) 시계가 새벽4시를 가리킬 무렵 깨달았다
문충기(노래) “♬♬ 쓸쓸히~ 창 밖을 보니 주루룩 주루룩 주루룩 주루룩~~~~!!!! ”
그래(e) 우리는 완전히 패배했다는 걸...
문충기(노래) “♬♬ 밤 새워 내리~는 빗무~~울”
문충기, 마지막 구절 “무울~~!!”하며 요란한 제스처를 치는 통에 테이블 위에
펼쳐 둔 계약서와 펜이 휙~! 날아가 구석에 쳐 박힌다.
그래(e) 과장님의 가슴에도 밤 새워 빗물이 주루룩 주루룩 내릴 것이라는 걸.
48. 호텔 밖 / 밤
문충기(노래)(e) “♬♬ 밤 새워어~~ 내리~느~은 빗무~~울...”
비틀거리는 문충기를 미모의 여자와 함께 부축해 서 있는 그래, 몰골 말이 아니고.
완전히 지친 상식, 취하고 초췌한 모습으로 옆에 서 있다.
동식은 완전히 취해서 한쪽 구석에서 토하고 있다.
상식 (취한 채 꼬여서) 오~올라가시면 됩니다.
문충기 (혀 꼬인 그러나 만족스런) 그래.. 역시 오과장 센스가 좋아~ (가려는데)
상식 (꼬여서) 자~암깐마~안요
계약서를 동그랗게 말아 문충기의 양복에 넣고는 구십 도로 꾸벅 인사한다.
상식 (고개 숙인 채) 꼭 부탁드립니다아~
문충기 (혀 꼬부라진 소리로) 걱정 마, 걱정 마아~~(취해서 히죽히죽 웃으며
여자의 부축을 받은 채 손을 휘저으며 간다)
한참 뒤 고개를 드는 상식, 널 부러져 있는 동식에게 비틀거리며 걸어간다.
그래도 따라간다. 상식, 동식을 일으키며 혀 꼬부라진 소리로
상식 수고했다. 동식아. (지갑에서 몇 만원을 꺼내서 그래에게 주면서) 동식이 보내고 빨리 들어가. 한 두 시간이라도 눈 붙이게.
그래 (정신 차리려고 애쓰며) 과장님은요..?
상식, ‘응~’ 하고 손 흔들며 비틀비틀 걸어간다.
그 뒷모습을 먹먹하게 바라보는 그래, 어깨를 떨어뜨린 채 걸어가는 상식의 바지
한 쪽 구석이 양말 안으로 말려들어 간 채다. 우스꽝스럽고 짠하다.
그래(e) 과장님은 실패했지만... (호텔을 돌아보며) 우리 영업3팀은... 살았다.
아주 천천히 페이드 아웃 되면서 상식만 보이다가 완전히 아웃 블랙.
잠시 후 그 위로
동식(e) (중얼거리듯) 살기는 개뿔~ 망했다.. 망했어.
49. 호텔 외경. / 아침 / f.i
충기(e) (알 수 없는 뭉개지는 비명소리) 으어어어어~~!!!
그래(e) (깜짝 놀라서) 네?!!
50. 영업3팀 / 아침
2시간 밖에 못 자고 나온 동식과 그래의 처참한 몰골.
동식 (멍~한 얼굴로 그래 보며) 망했다고...
그래 (너무 놀라 보며) 아.. 아니, 어떻게 그.. 그런 일이..
동식 (한숨 푹~~~)
51. 호텔 안 / 아침
침대 위의 문충기, 넋 나간 얼굴로 옆에 누운 날씬한 중년의 여자를 바라보고
있다. 믿기지 않는 듯 눈을 비비고 다시 봐도 여전히 중년 여자다.
충기, 주변을 보면 두 사람의 옷이 아무렇게나 던져져 있는데
여자(off) (나른한 소리로) 깼어요?
충기 (놀란 얼굴로 다시 확 본다)
여자 (자다 깬 얼굴로 누운 채 보며) 놀랐어요?
충기 (멍해서 보다가 꿀꺽 삼키고 겨우 소리 내) 다.. 당신이 여길 어떻게..
여자 (방긋 웃는다)
상식(e) 내가 보냈어
52. 영업 3팀 / 낮
입구에 서 있는 상식을 보고 있는 놀란 얼굴의 그래.
상식, 아무렇지도 않은 듯 자리로 가서 가방을 놓고 옷을 벗는다
동식 (한숨 쉰다)과장님...
상식 자식아, 그럼 내가 뭐 그 놈 원하는 대로 호락호락 해 줄줄 알았어?
그래 (아직도 어리둥절하다) 어떻게 와이프를..
상식 (썩소 날리며 앉아 뻐기며) 자료, 모든 건 자료 속에 있어. 응? 앉으나 서 나 자료 조사. 자료 속에 왕도 있는 법이야.
<FC// # 33 - 보충>
전투적인 자세로 자료를 보는 상식. 넘기는 자료들이 빠르게 바뀐다.
문충기가 사인한 계약서, 최근 무가지 경제지에 난 문충기 인터뷰 기사
문충기가 모레 입국 한다는 소식과 함께 부인과 동행이라는 기사가 있다.
상식(e) 최근에 무가지 경제지에 실린 문충기 기사에 마누라랑 같이 입국한다는
얘기가 있었지. 20주년 결혼기념일을 한국에서 보내게 돼서 기쁘다며 애처 가 흉낼 내더군. 무심코 기념일을 보는데 우리 접대날이랑 똑 같은 거야. 순간 피가 거꾸로 솟았지
동식 에?
상식 신성한 결혼기념일 날 그런 짓을 하겠단 거 아냐? 그 놈이!
동식 (아아아아아아~~~ 한숨만)
상식 근데, 거꾸로 피가 솟으면서 아이디어도 솟았어. 동식이 니가 말한 2차
대비 방법이 말야!
동식 (한숨) 과장님, 제가 언제 2차 대비라고 했습니까? 2차 준비라고 했죠
상식 난 그 놈의 불쌍한 와이프에게 잊지 못할 결혼기념일을 선물하기로 했어.
동식 그리고, 과장님의 그 (힘주어) 신.념. 도 지키고요?
<f.c// 카페나 공원 등 적당한 일각>
- #1. 문충기의 아내를 만나는 상식, 뭔가를 열심히 얘기하는 상식
의아한 듯 상식을 쳐다보는 문충기의 아내
상식(e) 접대 날 그녀를 만나 우리가 마련한 작은 선물 계획에 대해서 말해줬지
동식 (체념) 과장님의 계획이겠죠
상식 이후엔 니들이 아는 것처럼 모든 게 퍼펙트하게 들어 맞았지.
동식 퍼펙트하게 망한 거라구요. 이게 무슨.. 해괴망측한 짓이세요. 부인 접대 받고 싶은 남자가 세상에 어디 있다고.
그래 그러니까 과장님은 계약을 버리고 신념을 선택하셨군요.
상식 (긍정도 부정도 아닌 묘한 표정으로 그래를 보는데)
동식 (울컥) 부장님께 대체 뭐라고 하실 건데요오~!!!!
53. 김부장실/ 낮
거칠게 허공으로 던져 흩어지는 서류 종이들. 몇 개는 상식의 얼굴에 퍽 맞는다
화가 머리 꼭대기까지 난 김부장이 성난 코뿔소처럼 쿠릉쿠릉 거리고 있다
김부장 야, 이 미친 놈아!! 너 제정신이야?!!
상식 (남의 얘기 듣듯 서 있는)
김부장 (끓어오르는 화를 어떻게 할 수가 없다) 야, 오상식. 너 그렇게 하려면 나가 죽어! 줘도 못 먹는 새끼! 니가 무슨 (말을 잇기도 싫다) 후~~!!!!
상식 (쩝...)
김부장 너! 내가 영업본부에 있는 한, 영업3팀 인력 충원은 꿈도 꾸지마 새꺄!
그리고 말했지? 펑크 난 본부 실적, 3 팀에서 다 메꿔!! 다! 몽땅!! 전부!
상식 (큼....)
54. 헬기 옥상/ 낮
옥상 문을 열고 나오는 상식, 손에는 시원한 맥주 한 캔이 들렸다.
이글거리는 햇빛이 쏟아진다. ‘후~’넥타이를 헐겁게 풀고 난간 쪽으로 걸어간다. 손수건을 꺼내 땀을 닦으며 멀리 풍경을 본다. 후우~ 하며 웃는 상식.
상식 (다시 땀을 닦으며) 아~ 덥다!
바닥에 털썩 앉는다. 캔 맥주를 딴다. 거품이 뽀골 올라온다.
꿀꺽꿀꺽 마시는데 전화 온다. 받으면
막내아들(e) 아빠~
상식 (받으며) 응~ 우리 막둥이, 미래의 상사맨!
막내아들(e) 아빠, 오늘은 일찍 들어오시는 거예요?
<이하 화면 분할>
상식 그렇치~!!
막내아들 그럼 양념통닭 사오세요
상식 양념만? 후라이드는?
막내아들 그럼 후라이드 사오세요
상식 후라이드만? 양념은?
막내아들 (고민 중인듯...) 그럼 반반 사오세요
상식 그럼 반반치킨 두 마리 사갈까?
막내아들 (뭔가 계산이 안 맞는 듯 고민스럽게 눈알을 굴리다가) 그럼 양념 한 마 리, 후라이드 한 마리 사오시면 되잖아요
상식 (짐짓) 아~!! 그렇지!!
막내 아들 아빠 바보!!
상식 떼끼! 이놈! 아빠한테 바보가 뭐야?!
막내 아들 아빠 사랑해요. 아빠 안농! (냉큼 끊는다)
상식 응? 허허허허~ 허허허허~ (웃으며 맥주를 마시는데, 땀은 계속 난다.
수건으로 닦으며) 왜 이렇게 땀이 나? (담배를 꺼내 물고는 몇 번 빨아 보 는 시늉을 하는데 시덥지 않다) 휴~ 왜 이렇게 맥이 빠져?
맥주를 든 채 그대로 맥없이 앉아 있는 상식... 잠시 후 상식의 고개 천천히 떨어
진다. 이내, 입에 물고 있던 담배 툭! 바닥에 떨어지고 맥주 캔도 손에서 뚝 떨어 진다. 맥주가 줄줄 쏟아진다. 고개 숙인 상식의 얼굴에서 식은땀이 줄줄 흐른다.
잠시 후, 툭 툭 코에서 코피가 흘려 바닥에 떨어진다. 문자 오는 소리가 들린다.
상식, 문득 눈을 뜨면서 코를 슥 닦으면 손등에 묻어나는 코피.
놀라서 ‘어? 피?’하고 손수건으로 닦으며 문자 확인해 보면,
<아빠, 한 마리는 반반 치킨 한 마리는 양념치킨으로 사오세요 - 1번 아들>
상식 (힘 없이 허허허허 웃으며 코피를 닦는데)
그래 (옥상 들어오며) 어? 과장님! 여기 계셨어요? (다가오며) 전화를 안 받
(상식 코 밑에 피를 본다) 어?!! 코피 흘리셨어요?
상식 어? 어 (대수롭지 않게 닦으며 바닥에 피도 발로 슥슥 닦는다)
그래 괜찮으세요?
상식 (대수롭지 않게 )괜찮아. 몇 분 정도 눈 감았다가 떴더니 피를 다 보네?
그래 조셨어요?
상식 졸았는지 졸도를 했는지. 요새 무리했더니 혈압이 올랐나 (가면서)
동식이한텐 떠들지 마. 그 자식 잔소리 시끄럽다.
바닥에 떨어져 흐르는 맥주 캔을 보는 그래.
55. 자원팀/ 낮
영이가 메일로 받은 시황 자료를 보면서 다이어리에 뭔가를 적고 표시를 한다.
들어오던 하대리, 지나치다가 영이의 모니터 화면을 본다. 울컥! 화가 뻗는!
하대리 야, 안영이
영이 (일어나며) 네
하대리 (열 받은) 니가 왜 EU-ETS 거래 관련 자료를 찾아보고 있어? (*EU-ETS:유 럽 탄소배출권)
영이 (당황한)
하대리 (화가 나서 확) 너 진짜!!
56. 옥상 정원/ 낮
화난 하대리 앞에 고개를 살짝 떨어뜨리고 서 있는 영이,
하대리 너 지금 뭐하자는 거야!!! 선배 말이 말 같지가 않아? 엉?!!
영이 ...
정원 쪽으로 오던 석율, 둘을 봤지만 싸한 분위기에 다가가지 못하고 선다.
하대리 내가 빠지라고 했지?! 이제 대놓고 개기는 거야? 니 꺼라 이거야?
권리 있다 이거야?!!
영이 그게 아닙니다 선배님
하대리 도저히 손 못 떼겠으면! 그래, 가져 가! 나? 안해도 돼!
빌어먹을 니 그 잘난 이름, 센터에 보란 듯이 박아서 성공해 보라구!
(열 받아서 옆에 있는 풀을 발로 확 차면서 돌아서 간다)
영이, 그대로 숙이고 서 있다...
석율, 조금 쳐다 보다가... 한숨 쉬고 다가오며
석율 쫄지 마요
영이 (보고) 아, 한석율씨.
석율 (진지하게) 저 못난 사람들, 왜 저러는지 아는 사람은 다 안다구
영이 (보는)
석율 남자들 참 찌질하죠. 잘난 여자 앞에 서면 더 찌질해지나봐.
영이 (희미하게 웃는다)
석율 (진지하게) 당신 잘못한 거 없으니까 당당하라구. 인턴 때 2년 묵은 아이
템 해낼 때, 당신이 얼마나 전사 같았는지 전설처럼 회자되고 있잖아. 그 때의 안영이로 돌아가요. 쫄지 말고 당당하게. 세게. 그게 안영이 다운거지.
영이 (석율을 가만히 본다)
57. 자원팀 앞 통로 + 자원팀/ 낮
15층 안으로 들어 온 영이, 자원팀을 본다. 앉아 있는 하대리가 보인다.
깊게 숨을 들이 마시고 성큼성큼 걸어 하대리 뒤에 선다.
하대리 돌아 본다. 인상 확 쓰며,
하대리 뭐야?
영이 선배님 말씀대로 하겠습니다.
하대리 (눈에 힘이 들어간다)
영이 말씀대로, 업무에서 빠지겠습니다.
하대리 !! (약간 당황하는 얼굴로 보는)
영이 (꾸벅하고 나간다)
58. 철강팀 / 밤
굳은 얼굴로 모니터를 보고 있는 백기.
모니터에는 거의 완성된 이력서, 맨 마지막 한 칸, 경력사항 란에
<원인터내셔널 자원팀 인턴> 밑에서 깜박이고 있는 커서를 보고 있는 백기
헤드헌터(e) 그 회사 이력서는 오늘 자정까지 넣어주시면 됩니다.
백기 .....
강대리(off) 장백기씨
본능적으로 노트북을 덮으며 돌아보면 통로 쪽에 서있는 강대리.
약간 긴장한 얼굴로 강대리를 쳐다 보는 백기..
강대리 (책상 쪽으로 가며) 아까 검토 해달란 서류는 아직 멀었습니까?
백기 .... 곧 마무리해서 내일 보실 수 있도록 해 놓겠습니다.
대답 없이 가방을 챙기는 강대리...
백기도 몸을 돌려 그대로 가만히 있는데..
강대리가 갑자기 챙기던 가방을 그냥 두고 돌아선다.
강대리 장백기씨, (덮은 백기의 노트북을 본다) 나가겠단 생각이라면 말리진
않겠습니다.
백기 !!
백기 (일어나 돌아서서 본다)
강대리 철강은 보수적인 사업입니다. 장기간에 걸쳐서 한 가지 아이템이 조금씩 사업시장에 맞게 변형되지요. 그렇기 때문에 우리 팀원은 당장의 화려한 언변이나 포장에 능한 사람보다 멀리까지 묵직하게 끌고 갈 수 있는 기본 기를 갖춘 사람이어야 합니다.
백기 (울컥) 그래서, 지금까지 제게 그 기본기를 가르치신 거란 말씀을 하고 싶 으신 겁니까?
강대리 (본다)
백기 그렇다면 저는 더더욱 잘못된 대우를 받았군요.
말씀하신 그 기본은 학교, 인턴, 신입교육 때 충분히 다졌습니다.
강대리 (차분하게 본다)
백기 (치밀어 오르는 감정을 애써 누르며 본다) 제게 기본을 가르친다는 건
핑계일 뿐이고, 그냥 저를 싫어하시는 거라고 생각 되는데요
강대리 (쳐다 보다가 가방을 든다) 내일 봅시다 (가 버린다)
백기 (그대로 서 있다가 확 따라 나간다)
59. 15층 엘리베이터 앞 / 밤
강대리, 하향버튼을 누르는데 백기 확 나오며
백기 오늘은 들어야겠습니다!! 대체, 제가 왜 그렇게 싫은 겁니까?!
강대리 (보다가) 장백기씨, 이건 누가 싫고 좋고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런 관점에
서 당신을 판단할 만큼, 당신을 잘 알지도 못하구요.
백기 그럼 도대체 뭡니까?
강대리 팀에 배치 받고 장백기씨가 가장 먼저 한 일이 뭔지 기억하지 못합니까?
백기 (약간 당황해서 생각하는)
<f.c// 강대리 앞에 보고서를 내미는 백기>
백기 (자신감에 차서) 대리님! 제가 철강팀에서 수익을 낼만 한 아이템을 개발 해 봤습니다!!
강대리 (말없이 백기를 본다)
백기 사업아이템 보고서를 제출 한 것 말입니까?!
강대리 교육에는 배운 걸 확인하는 시간까지 포함된다고 생각합니다.
철강팀과 관련해 신입인 장백기씨가 읽어야 할 파일은 산더미입니다.
그러나 장백기씨는 오자마자 사업보고서부터 들이밀었습니다.
철강팀 아이템 관련 파일들을 읽기도 전에 말이죠.
백기 !
강대리 스스로를 드러내고 돋보이고 싶은 의욕이 앞서면 조급해지는 법이죠.
백기 (모욕적이다. 흥분한) 강대리님이 생각하는 기본이라는 게 그렇게
중요한 거면, 왜 처음부터 말씀해 주시지 않았습니까?!!
강대리 잘못된 것을 스스로 확인할 수 있는 기회는 여러 번 줬습니다.
다른 팀에선 어떤지 몰라도, 그게, 내 방법입니다.
백기 기회요? 오타체크하고 양식 만들고 실무직 업무가 기횝니까?
더 배워야 하는 건 업무를 함께 진행하면서도 배울 수 있는 거 아닙니까!
강대리 (차갑게 본다) ..... 아직도 멀었네
열린 엘리베이터에 타는 강대리, 닫힘을 누르고 백기 눈앞에서 닫히는 문
화가 머리끝까지 오르는 백기, 거칠게 확 돌아서 들어간다
60. 철강팀 /밤
분노에 찬 얼굴로 급히 들어오는 백기, 모니터 다시 켜고 이력서에 <원인터내셔널 철강팀 입사> 라고 마저 채운 후 주저 없이 메일의 샌드를 탁! 누른다.
그대로 모니터를 노려 보고 있는 백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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