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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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영업 3/

 

다크 서클이 좀 더 진해진 채 절망에 빠져 앉아 있는 상식.

동식, 일한다. 그래는 서류를 보며 메카폰의 기종을 추리다가 상식을 돌아 본다.

 

그래(e) 신념이라고 했다. 신념. 대체.. 일이 전부인 직장인에게.. 일에 반하는

신념이란 무엇인가? 아니, 그런 게 있기는 한 건가?

 

상식 책상 위에 전화기가 울린다. 팔을 뻗는데 안 닿는다.

만사가 귀찮은 상식, 긴 자를 들어 그대로 스피커 폰을 꾹 누른다.

 

상식 ~ 영업3팀 오상식입니다.

차마담(e) 안녕하세요. 저는 장원에 차마담입니다

 

화들짝 놀라서 전화기를 쳐다보는 세 사람.

차마담(e) 신사동에 새로 오픈한 가게예요. 인사드리려고 전화했어요. 저희 장원은,

상식 (o.l 얼른 수화기 들어) 남의 회사에 이게 무슨 짓이요?!

 

상식, 전화 확 끊는데 핸드폰 울린다. 동식의 책상 위 전화도 울린다.

 

여자2(e) 안녕하세요. 오상식과장님, 방배동에 확장 오픈한 <첫만남>이예요.

상식(o.l) (울컥해서) 필요 없어요!! (확 끊어버리는데)

동식 네네 연락 드리겠습니다. (끊고) 서초동 럭셔리 라운지에 이상배 이사라는 데요, 찾아주면 20% DC 해준다고,

상식(o.l) !

동식 소문 다 난 모양이네요, 지난 번 IT 영업팀 할 때도요, 전화만 오십통이,

미쉘장(o.l/e) 실례합니다.

 

보면, 우아하고 세련된 비즈니스 룩에 남다른 포스의 40대 커리어 우먼이 서 있다.

그 뒤로 역시 검은 색 비즈니스 룩을 걸친 여비서가 007 가방을 들고 서 있다

미쉘 장, 또각또각 우아하게 걸어가서 상식의 앞에 서서 정중하게 인사한다.

미쉘장 (품위 있는 커리어우먼처럼) 오상식 과장님이시죠?

상식 (일어나며) , 맞습니다만.

미쉘 장 (명함을 건네며) 파트너스 코퍼레이션의 미쉘 장입니다.

(거침없이) 영업3팀의 비즈니스 파트너가 되고 싶습니다.

 

상식, 명함을 보면, <Partners Cooperation, CEO 미쉘 장 >

 

상식 아.. , 근데 무슨...,

미쉘장 민실장

 

007가방을 탁, 여는 민실장. 브로셔를 꺼내 착,,, 세사람에게 준다

브로셔에는 여러 고급스러운 룸의 전경과 각 레벨별 파티테이블이 소개되어 있고

진귀한 주종, 고급스러운 술병과 술잔, 각종 놀이소품(?) 등이 즐비하다.

 

미쉘장(o.l) 이번에 아랍 알 라비 유통의 문충기 대표와 비즈니스 하신다지요? 작년에 영업1팀이 진행한 사업에서 문 대표님 접대, 바로 저희가 맡아서 계약 성 공에 일조 했습니다. 수많은 전화 받으셨겠지만 그런 것들 다 무시하세요. 저희 <파트너스 코퍼레이션>이 오과장님의 최적의 파트너가 될 것입니다.

동식 (입이 쩍 벌어지면서 상식을 본다)

상식 (상황 판단이 안 되는 듯 미쉘을 보고만 있다)

미쉘장 민실장 (손을 착 내밀면)

민비서 (아이패드를 탁 준다)

미쉘장 접대 아이템도 따로 고민하실 필요 없습니다.(아이패드를 탁탁 짚고 넘겨 주며) 물쇼, 비쇼, 불쇼, 버터플라이쇼는 물론, 각종 하드코어부터 노멀 한 것까지 모두 준비되어 있죠. 리무진 픽업 서비스 부터 VIP가 원하는 그 어떤, 서비스도 끝까지, 만족스럽게 제공하고 있습니다

 

정신이 나간 듯 넋을 놓은 상식의 얼굴에서 즙이 빠지는 것 같다.

그래, ~ 한 상태로 상식과 마담을 번갈아 본다.

 

미쉘장 (쐐기를 박듯 은근하게) 물론, 2차도 확실히 보장합니다.

 

상식, 몸을 부르르 떨다가 고과장을 홱! 본다.

고과장, 순진하게 일하고 있다.

 

17. 중앙 정원/

 

고과장 못 하겠다. 동기야

상식 (다시 설득하는) , 고과장아,

고과장(o.l) (얼른) 우리 황대리가 신신당부를 했다

상식 황대리가? ?

고과장 (한숨) 혹시 너한테서 메카폰 건 떠안아 오면 지가 사표 낸 단다.

상식 ?!!

고과장 걔가 너 만큼이나 그런 쪽으로는 융통성이 없잖아

상식 ! 그 자식 돈 거 아냐? ?! 직장인이 그깟 일로 사표 낸단 소리가 그

렇게 쉽게 나와?! 회사에서 하라면 해야지, 어떻게 일을 가려가면서 해?!!

고과장 반사.

상식 난 과장이잖아! 과장. 걘 대리고! ?!

고과장 난 동기 너 오과장도 중요한데, 우리 황대리가 더 중요한 거 같기도 해. 미안하다 동기야 (휙휙 간다)

상식 (!! 어이 없이 보며) 저 자식, 말로만 동기 동기

고과장 (멈춰 서서 돌아보며) 근데 동기야 니가 이번에 눈 한번 딱 감아라 응?

동식이 불쌍하지도 않냐? 요즘 아주 얼굴이 누~렇게 떠서 병든 닭 같더라

상식 (인상 쓰며) ?

고과장 부장님이 인력충원 약속했다면서?

 

18. 영업3/

 

동식 문충기가 술 접대에 더티 진상으로 노는 것도 노는 건데, 과장님이 절대

안 맡으려는 이유는.. 그 인간이 꼭~ 2차 접대를 원해서야..

그래 2차라면?

동식 그거

그래 ..

동식 물론 범법 행윈데, 아직도 그런 걸 원하는 바이어들이 꽤 있어요오~

우리 과장님은 법이 아니라도, 신념 때문에 절~대 안하신다니까...

그래 (의아한) 신념... 그러니까 그 신념이란 게 뭐..

동식 몰라 뭐, 여러 가지 말씀하셨는데 인권이 어쩌구 인간의 존엄성이 어쩌구 잘 정리는 안 되는데, 아무튼 2차 접대를 안 하겠다는 게 신념인 거지.

그래 (알아듣는지 모르는지 표정으로) 일 보다는 사람이 중요하다는 얘긴가요?

동식 ? .. 뭐 그렇지. 답답해 죽겠어. 조직원이 신념이 어딨냐? 까라면 까 는 거지. 이거면 이번 분기 우리 팀 실적 한 방에 채우는데 말이지..

그래 ....

 

19. 중앙 정원/

 

구겨진 얼굴로 마른 담배를 후~ 피고 있는 상식

일각에서 천 샘플을 안은 석율이 오다 본다.

 

석율 ?! (씩씩하게) 안녕하십니까?! 오과장님!

상식 (흘깃 본다) .(다시 담배 피는데)

석율 (다가가서) 과장님, 뭐가 고민이세요? 1차로 끝내세요.

상식 ?

석율 술 멕인다. 꽐라 만든다. 계약서 도장 찍는다. ! 쉽잖아요.

1차에서 혼을 쏙 빼 놓으세요.

상식 (어이없이 보면)

석율 메카폰 건 때문에 골치 아프신 거잖아요. 전 모르는 게 없다니까요.

상식 (어이 없이 웃는다)

석율 제가 또 그쪽 방면으로 씽크탱크라 더 도와드리고 싶은데요 (한숨)

요즘 저도 하도 일에 치여서.. (넘어 보며) ?! 장백기씨!

 

상식, 보면 백기 오다가 인사한다.

상식, '' 하며 백기를 본다. 백기도 상식을 봤다가 다시 인사하고 간다.

 

석율 우리 장백기씨도 도와주고 싶은데 방법이 없네요. 방법이.

저러다.. 딴 생각하는 거 아닌지.

상식 (멀어지는 백기의 뒷모습을 보는) ...

 

20. 철강팀/

 

백기 들어오다가 강대리 자리 보면 자신이 수정한 액셀 파일이 책상 위에 있다.

가서 파일 열어보면 다시 수정을 요하는 부분들에 빨간 줄이 그어져 있고 메모.

입이 꽉 다물어 지는 백기. 탁 놓고 자리로 돌아 갔다가 다시 돌아와 파일을

확 들고 자기 자리로 간다.

컴퓨터를 켜고 굳은 얼굴로 해당 원본 파일을 불러 연다.

무섭게 굳은 얼굴로 말없이 수정을 하는 백기..

<F.C.> -7, 32

강대리 다른 회사서 일하고 싶으면 지금 당장 나가도 좋습니다.

 

백기, 수정이 다 끝나고 출력 버튼을 탁 누르고 파일철을 탁 덮는다.

그때 문자 온다. 확인하면,

 

안나(e) 안나 집에서는 백기씨가 마음에 든다고 하세요. 안나도 백기씨가 맘에

들어요. 종합상사는 바쁘다고 하던데 일 열심히 하세요. (이모티콘)

백기, 짜증스럽게 핸드폰을 엎어두는데 또 띠링~ 하며 문자 오는 소리.

 

백기 진짜 이 여자가! (다시 핸드폰을 확! 들어 문자 확인하는데)

 

<문자>

헤드헌팅 전문 회사 써치 앤 브레인 이지현 대리입니다. 현재 이직이나 구직에 대 한 생각이 있으시다면 좋은 회사 추천 드리려고 합니다.

백기 (자조적으로 픽 웃으며) 타이밍 죽이네 (핸드폰을 탁! 놓는다)

 

21. 자원팀/

 

일하는 분위기의 자원팀.

정과장, 들어 와서 영이와 하대리를 번갈아 보고는 하대리를 부른다

 

정과장 ! 하대리 잠깐 보자.

하대리 (나간다)

 

정과장, 일하고 있는 영이를 다시 한번 봤다가 하대리와 간다.

 

22. 휴게실/

 

정과장 탄소배출권 건, 재무팀 승인 떨어졌어.

하대리 (인상이 써지는)

정과장 (눈치 슬쩍 보며) 드디어 올 것이 왔다. 누구 사업으로 할까?

하대리 ....

정과장 니 껄로 해

하대리 (보면)

정과장 원 기획은 너잖아. 안영이 걘 거기다가 러시아 산림만 얹었다고.

하대리 그렇지만 결정적인 한방을 안영이가 때렸잖아요.

정과장 그러니까 같이 해

하대리 ?!! 싫어요. 그냥 걔더러 하라고 하십쇼

정과장 ! 그게 말이 돼?! 걔가 아무리 똑똑해도 신입이야! 걔 혼자 못해!

하대리 걔랑 같이 일 못한다구요!!

정과장 야 이 자식아! 난 뭐 안영이 일 주고 싶어 이러는 줄 알아?!

그거 되기만 하면 큰 건이야! 팀을 생각하라고!

 

하대리, 굳은 얼굴로 정과장 바라본다.

 

23. 자원팀 /

 

정과장 앞에 서 있는 영이, 얼굴 밝다.

 

영이 재무팀 통과가 됐어요?

정과장 . (불분명한 발음으로) 수고 많았어. 하대리가 담당할 거니깐 넌 서포트 잘해.

영이 .

정과장 검사 기관 선정부터 해서 하대리한테 넘겨.

영이 .

하대리 (굳은 얼로 들어오는데)

영이 (웃으며) 선배님

하대리(o.l) 나 좀 보자 (나간다)

영이 (머뭇, 보다가 나간다)

 

24. 중간 정원 /

 

하대리 니가 못한다고 해.

영이 ?

하대리 뭘 모른 척 되물어? 내가 너랑 일하고 싶을 거라고 생각했어?

영이 ... (하다가) 제가 서포트 잘하겠습니다.

하대리 (열이 확 치솟는다) ! 무슨 말인지 몰라? 서포트를 잘해줘? 끝까지 잘난 척을 하겠다는 거냐?!!

영이 선배님.

 

서류 들고 오던 석율이 그러고 있는 하대리와 영이를 본다

 

하대리 니가 못한다고 해. 니 말대로 그렇게 자원팀 일원이라면 분란 만들지

말고 니 선에서 정리해 (확 간다)

영이 ....

석율 (고개를 절래절래 하며 보는)

 

25. 영업3/

 

상식, 여전히 구겨진 얼굴로 들어오는데 그래는 서류 확인 작업을 하고 있고

동식은 컴퓨터 작업하던 중이었던 듯 그대로 꾸벅 졸고 있다. 쳐다보는 상식.

 

고과장(e) 동식이 불쌍하지도 않냐? 요즘 아주 얼굴이 누~렇게 떠서 병든 닭 같더라

상식 ...

 

그때, 동식 자리에 울리는 전화, 깜짝 놀라 깨면서 전화 받는 동식

 

동식 ! 원인터 영업3팀 김동식입니다. , ! 안녕하세요? (사이)~ 그거

관세율 바뀌었어요. 관세율 변동은 키타(KITA) 홈페이지에서 입력 조회 하

면 되는데... , 처음이시니까 제가 확인해서 곧 연락드릴께요 .

 

끊고 얼른 졸던 눈을 비비고 무역협회 홈페이지에 접속하는 동식을 보는 상식

 

고과장(e) 부장님이 인력충원 약속했다면서?

상식 (심란한 얼굴로 동식을 본다)

그래 (서류 갖고 동식에게 가서 보이며) 대리님, 한서실업에 수출 실적 증명서 발급 받아 첨부하라고 하면 되겠죠?

동식 (하다 말고 서류 검토하며) 응 그리고,

상식(o.l) , 김대리

동식 , 과장님

상식 하자

동식/그래 ?/(본다)

상식 하자! ! ! 하자구!

동식/그래 (꿈벅꿈벅) ?

상식 1차에서 끝장 본다! 장그래! 한석율 좀 오라구 해!

그래 ?

 

26. 소회의실 /

 

이동 화이트보드에 적힌 제목 <메카폰 문충기 대표 접대 전략> 아래로

문충기 사진까지 붙어있고, 그 밑으로는 대작했다가 무너진 각 팀 과장, 대리들이

적혀 있다. 인물별로 술의 도수와 종류, 각자의 주량, 치사량 등등 정보도.

동식과 그래, 보드판 양 옆으로 서서 펜으로 긋고 그리고 적고 하면서 상식에게

브리핑하고 있다. 전쟁에 나가는 이들처럼 진지하고 비장한 분위기의 영업3.

 

그래 따라서 종합해 보건데, 문충기 대표의 계약서 사인이 이루어진 시점은 100 퍼센트, 2차 접대 이후 입니다.

상식 (사령관처럼) 1차에서 사인한 적이 단 한번도 없나?

그래 없습니다.

상식 (꿀꺽 마른침을 삼기고 다시) 좋아. 그럼 1차에서 문충기 대표가 취했다면 사인할 수 있는 확률은?

동식 꽐라가 됐을 겨우 그의 성격 중 호기로움과 화통함과 허세성이 증폭될 가 능성이 크기 때문에, 1차에서 꽐라가 되고 적당히 기분만 맞춰 준다면

계약서에 사인할 가능성은 77%입니다.

상식 오케이!

동식 그러나 문제는 문대표가 좀처럼 맛이 가지 않는다는 겁니다.

상식 주량이 얼마래?

그래 (다이어리 넘겨보며) 40도짜리 양주를 1.5시간 안에 3병은 먹어야 맛이

간다는 계산이 나왔습니다.

상식 (사령관처럼 미간을 모으고 듣는다)

동식 따라서 접대 현장에서 문대표가 2차 진출에 성공하지 못할 확률은,(본다)

상식 계속해

동식 제로 퍼센트입니다.

상식 (미간에 힘이 확! 입이 꾹! 양 손을 깍지 껴 턱을 받치고 두 사람 보며 )

어떡하든 1차에서 반드시 사인을 받아 내야 한다. 절대 우리가 먼저 취하 면 안 돼!(그래에게) 한석율은 언제 온대?!

그래 (시계 보고) 이제 곧 올 때가,

 

그때 석율이 문을 열고 쑥 들어 온다.

 

석율 늦어서 죄송합니다! 일처리가 길어졌습니다!

상식 (씩 웃는)

 

27. 통로+ 소회의실/

 

영이, 프린트물 들고 걸어가는데 전화 온다. 보면 발신자 <...>

굳어지는 얼굴로 전화 들고 두리번거리다가 탕비실 쪽으로 가는데

사람들이 들어가는 게 보인다. 다시 통로로 나오면서 전화를 받는다.

 

영이 , 저예요. (통화할 데를 찾아 두리번거리다가 소회의실을 본다)

 

28. 소회의실/

 

보드판 앞에 매직 펜을 든 석율이 있고 나머지는 앉아서 석율을 보고 있다

 

석율 일단은 자리 배치가 중요합니다 (쓱쓱 그리며) 문대표가 상석, 과장님이 그 옆에, 김대리님이 반대편, 장그래가 대리님 옆에 앉을 겁니다.

 

그때 회의실 문이 열린다. 홱 쳐다 보는 4인방, 당황한 영이.

 

영이 , 죄송합니다 (닫으려는데)

석율 !! 안영이씨, 안 바쁘면 잠깐만 들어 와 봐

영이 (약간 머뭇거리다가 전화에 대고) 이따 통화해요. (끊고 들어간다)

석율 잠깐 앉아 봐. 문충기 역이야

영이 (어리둥절해서 앉으면)

석율 과장님이 1차 술을 따르면 문대표가 마십니다. 대리님이 이어서 따르세요. 문대표가 마시는 동안 과장님은 전화 받는 척 하면서 나가세요. 그러면

어수선한 틈에 장그래가 술을 또 따라.

상식 그러니깐, 우리가 한잔 마실 때 그 놈은 석 잔을 마시는 거군

석율 그렇습니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계속 갈 수는 없습니다.

(쓱쓱 그리며 속사포처럼) 양주는 처음부터 두병을 준비하세요. 한 병은 레알 양주, 다른 한 병에는 홍차가 들어있죠.

 

# -1. 실험테이블/ f.c / 인서트

똑 같은 양주병을 양손에 나눠들고 씨익 웃는 조교 석율

옆에는 문충기 차림의 영이가 서 있다.

 

석율(e) 문대표가 여러분에게 양주를 따라 준 후, 그래가 그 인간한테 술을 따라

주는 사이 김대리님은 홍차 든 잔들과 바꿔치기!

 

석율, 현란한 솜씨로 잔을 바꿔치기 하는데, 실수로 잔이 헤딱 뒤집어 진다.

문충기 영이, 석율을 홱 본다.

 

석율 또한, 물수건과 발 밑에는 술을 버리는 휴지통이 필숩니다.

상식 물수건?

 

# -2. 실험 테이블/ f.c / 인서트

 

석율(e) 입을 닦는 척 하며 마신 술을 뱉는 데 씁니다.

 

입에 머금은 술을 물수건에 뱉는 석율. 그러나 물수건에서 뚝뚝뚝 물이 떨어진다. 당황하는 석율을 쯧쯧하며 쳐다보는 문충기 영이, 그 위로.

 

영이(e) 물수건으로는 생각보다 많은 술을 뱉어 낼 수도 없고, 흡수되기 전에 뱉어 버리면 범람이라는 못 볼꼴을 보게 됩니다.

 

문충기 영이, 비웃으면서 석율의 손에서 물수건을 탁 치우고 같은 모양의

마른 수건을 탁 올린다.

 

영이(e) 물수건 트릭의 위력은 흡수력에 달렸습니다.

일동 (놀란 얼굴로 영이를 보고 있다)

영이 따라서 물수건과 같은 종류의 마른 수건들을 많이 준비해 두세요.

일동 (~하게 영이를 보고 있다)

영이 주머니 안에 빈 술잔 서너 개는 필숩니다. 마신 척 바꿔치기에 씁니다.

무조건 취한 척 하고, 자리가 로테이션 되도록 서로 30분에 한 번씩 전화

걸어 주시는 거 잊지 마시구요. 폭탄주의 위력은 보통 술의 일곱 배가량 이죠. 몇 잔 만들 줄 알면 분위기도 확 살고 훨씬 더 좋아해요.

일동 (놀라서 끔벅끔벅)

상식 (신나서) 봐봐, 이제 알겠지? 내가 계속 안영이가 왔어야 했다고 한 이유.

그래 (쿨럭...)

석율 (재빨리) 저는 충성주, 레인보우주, 골프주, 카푸치노주, 폭포주 등 40 개의 폭탄주를 마스터 했습니다!!

상식 좋아. 장그래, 한석률한테 폭탄주 만드는 법 좀 배워와.(동식과 나가면)

석율 (영이에게 확 와서) 안영이씨, 대체 정체가 대체 뭐야?

그래 (끔벅끔벅)

영이 (말없이 미소)

 

29. 중앙정원/

 

영이 (의아한) 신념이요?? (웃는다)

그래 (의아한) 왜 웃어요?

영이 골동품 가게에서 오래 되고 낡은 시계를 본 느낌이라서요.

그래 ?

영이 그 말이요. 신념.

그래 .....

영이 (그래 표정 보고 당황해서) 아 아뇨, 비웃는 게 아니라..

그래

영이 요즘엔요, 대학에서도 교수님들이 강의 중에 사회 정의 얘기하면 손발이

오그라든다고 하는 시대라서요..

그래 .....

영이 그러고 보면 과장님의 시절은 그 말이 밥 먹었니?처럼 흔한 말이었겠죠

오과장님은 아직 낭만적이시네요 (미소)

그래 (웃으며) 아니면 영혼 없는 일개미가 되지 않기 위한 몸부림이거나..

영이 (그래를 보는)

 

30. 정원 옥상 /

 

마른 담배 피는 상식과 동식..

 

동식 그런데요... 과장님.. 정말 2차는 준비하지 않으실 거예요?

상식 (초조한 듯 담배만 뻑뻑 피는 듯...)

동식 과장님, 만일

상식(o.l) 안 돼. 혀를 깨물고 죽어도 2차는... 못 간다. (담배를 다시 넣으며)

문충기 관련한 자료는 다 찾아 와. 영수증 한 장까지 싹 긁어와. 이눔시키 어떡하든 1차에서 계약 하게 만들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