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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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대회의실 무대/

 

낡은 슬리퍼가 잔뜩 든 상자를 석율 앞에 확 내미는 그래.

 

석율 (깜짝 놀라 물러서며) ?!!

영이/ 상식 (본다)

일동 (웅성웅성)

 

그래, 상자를 내려 두고 맨 위에 있는 낡은 지압바닥 슬리퍼를 꺼내든다

 

그래 (상식의 슬리퍼 들고) 이건 우리 회사 모과장님의 실내화입니다.

상식 (갑자기 몸을 숙 앞으로 내밀며) 저거 내 꺼 아냐?!!

일동 (상식을 휙 본다)

상식 (얼른) 아니네.

그래 그 분의 구두를 봐 주십시오. (하며 상식을 휙 본다)

상식 (당황) .. 저 자식...

일동 (상식의 구두를 보려고 움직움직하고)

그래 깨끗합니다. 사무직은 외근이 상대적으로 적고 격식을 차려야 할 자리도 있으니 정갈해야 할 겁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업무는 사무실에서 하죠

일동 (호기심으로 듣고 있는)

그래 (손바닥으로 감싸 잡고 잘 보이게 탁! 들고) 다시 모 과장님의 이 실내화 를 봐주십시오

상식 (뒷목 잡기 일보직전) 저 놈 저거, 나 놀리는 거지?

선차장 (웃는)

그래 많이 닳아 있죠? 지압용 돌출이 발의 모양 따라 닳아질 정돕니다.

(바닥에 냄새를 맡으며) 땀 냄새도 배어 있습니다.

일동 (~ 하며 웃고)

상식 (쪽 팔린) 저 새끼, 저거 더러운 줄도 모르고.

그래 땀 냄새.. 사무실도 현장이란 뜻입니다. 그 현장의 전투화..

당신에게 사무 현장의 전투화를 팔겠습니다!

상식 !!

선차장 두 번째 와우!

영이 ....

백기 (굳은)

일동 (~... 하는 듯 보는)

석율 (~하다가 울컥해서 흥분) 안 사겠습니다!! 사무실이 현장이라니! 말장난이 지나치군요! 현장이 뭔 줄이나 아십니까? 사무실의 끄적임 몇 번으로 쉽게 쉽게 잘려 나가는.. 구조조정의 최일선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을 현장 노동 자라고 하는 겁니다! 그들의 전투화를 소개해 드릴까요?

그래 (보는)

석율 워커 신고 일합니다. 무거운 공구가 떨어지면 발등 아작 나니까!

전투화란 그런 겁니다! , 당신의 제품을 사지 않겠습니다!

그래 (본다)

석율 (본다)

장내 (긴장)

그래 ....(차분하게) 한석율씨는 처음 만났을 때부터 현장을 강조했습니다.

아니, 현장만을 강조했죠.

석율 ......

그래 한석율씨가 생각하는 현장의 치열함은.. 기계가 바쁘게 돌아가고, 힘을 들 여 제품을 만들고 옮기는 것인가 봅니다. 기계공학을 전공하고 수많은 공 모전에서 입상한 자신의 기계에 대한 이해와 관심이 보여지는 곳을 현장이 라고 생각 했겠죠.

면접관1 공모전 입상? 어디?

면접관2 입상했었어?

석율 (뜨끔, 당황) ...작은 공모전에...

그래 하지만

석율 (보면)

그래 하지만 매일 지옥철을 겪으며 출근하고

 

47. 몽타주 / 직장인들의 삶

 

# 47-1. 모니터 상에 시시각각 변하는 환율과 원자재 가격들. 리포트 체크하는

모습.

# 47-2. 상사에게 깨지고 스트레스 받는 직장인 모습

# 47-3. 치열한 회의 모습

# 47-4. 창밖에 어둠. 새벽 3시 가리키는 시계. 외국과 통화하고 안도하는 모습.

시계보고 부랴부랴 상의 걸쳐들고 퇴근하는 회사원.

 

그래(e) 제품 수익률을 위해 환율과 국제 통상 가격을 매 순간 체크하고

숫자 하나 때문에 수많은 절차를 두어 실수를 방지하고, 문장 하나 때문에 법적 해석을 검토하고 결과를 집행합니다. 서류만 넘기면 되는 것이 아닙 니다. 밀고 당기는 많은 대화가 있고 그 과정에서 자기 자신이 초라해 보 이기까지 하죠. OK전화 한통을 받기 위해 해당국 업무 시간까지 밤을

새워 대기하기도 합니다.

 

48. 대회의실 무대 /

 

울컥한 얼굴의 면접관들과 당황해서 그래를 보고 있는 석율..

 

그래 한석율 씨가 말하는 현장에서 생산되는 모든 제품은 왜 만들어져야 하는지 의 과정을 거친 이후에 존재하는 것입니다.

석율 (그래를 보는) ...

그래 그 물건들은, 사무실을 거치지 않고선 존재할 수 없는 것입니다. (호흡을 가 다듬는다)

 

<f.c// # 기원 / 과거/ >

사범의 앞에 앉아 바둑판을 들여다보고 있는 어린 그래.

 

사범 바둑판 위에 의미 없는 돌이란 없어.

그래 회사에서 생산하는 제품 중에 이유 없이 존재하는 제품은 없죠.

사범(e) 돌이 외로워지거나 곤마에 빠진다는 건 근거가 부족하거나 수읽기에 실패 했을 때지.

그래 제품이 실패하거나 부진을 겪는다는 건,

그 만큼의 예측결정이 실패했거나, 기획, 판단이 실패했다는 걸 겁니다.

사범(e) 곤마가 된 돌은 그대로 죽게 두는 거야.

단 그들을 활용하면서 내 이익을 도모해야지.

그래 실패한 제품은 실패로 끝나게 둡니다.

, 그 실패를 바탕으로 더 좋은 제품을 기획해야겠죠.

 

<f.c// # 바둑판 / 과거 / >

18기 국기전 도전5번기 제3: 백 유창혁 육단(도전자), 흑 이창호 칠단(국기)

 

 사범(e) 전체를 보는 거야. 큰 그림을 그릴 줄 알아야 작은 패배를 견뎌낼 수 있어

 

그래 공장과 사무는 크게 보아 서로 이어져 있습니다. 그 사이 공장이나 사무에서 실수와 실패가 있을 수 있죠. 하지만 큰 그림으로 본다면 우린 모두 이로움 을 추구하는 점에서 같습니다.

석율 ......

 

경도 되어 있는 듯한 장내 일동. 상식, 영이, 선차장 각각의 표정.

백기만이 굳어 있다.

 

그래 제가 생각한 현장은, (석율을 보며)

한석율씨가 생각하는 현장과 결코 다르지 않다고 확신합니다.

 

숨소리조차 죽인 조용한 장내...

 

선차장 (조용히 중얼거린다) 박수.

 

상식, 영이, 각각의 표정으로 그래를 본다. 백기, 차가와진 표정으로 그래를 본다.

장그래를 뚫어져라 쳐다보는 석율... 마침내 그래에게 한 발짝 다가선다.

 

석율 장그래씨.

 

그래, 석율을 쳐다 보면,

비웃음인 듯 아닌 듯 피식 웃음을 짓는 석율.

긴장한 얼굴로 그래를 보는 상식,

석율과 그래 서로 쳐다 보고 있는 두 사람....

 

49. 도시의 밤 전경/

 

도시의 화려하고 어지러운 밤 풍경들.

 

50. 이면 도로 /

 

부아아앙~ 달려 가는 통닭집 오토바이.

헬멧 쓴 통닭 배달원 그래.

 

51. 빌라 계단 /

 

계단을 뛰어 올라가는 그래. 5층 집 앞에서 초인종을 누른다

 

그래 통닭 배달 왔습니다.

 

잠시 후 문 빼꼼 열리고 돈이 숙 나온다. 통닭 건네주고 꾸벅 하고 돌아서려는데

 

집주인(off) 잠시만요!

그래

집주인 (꽉 찬 쓰레기 봉지를 주며) 가다가 이것 좀 버려 줘요

그래 (받으며) (꾸벅하면 눈 앞에서 닫히는 문. 손에 든 쓰레기 봉투를 씁쓸 하게 본다)

 

52. 몽타쥬 /

 

# 쓰레기장에 쓰레기를 툭 버리는 그래

# 통닭집에서 고되게 서빙하는 그래

 

53. 그래의 집 앞/ 새벽

 

희부연 새벽... 버스 정거장 앞을 지나오는 그래

어깨가 아픈 듯 두드리면서 돌리면서 오는데

맞은 편에서 정장 입은 남녀들이 우르르 온다.

그들을 보며 걸어가는 그래..

출근하는 사람들과 엇갈려 걸어가는 퇴근하는 그래


54. 그래의 집 마루 /

 

마루 끝에 햇빛이 걸려 있다. 밖에서는 철퍼덕 철퍼덕 빨래 치대는 소리가 들린다.

마루에서 이불을 덮고 자고 있는 그래,

철퍼덕 철퍼덕 빨래 치대고 이어서 쏴아아~ 수돗물 트는 소리

정신없이 자고 있는 그래...

잠시 후 마른 찜질방 빨래들을 들고 들어 와 툭 던져 놓고 마루 끝에 앉는 그래모, 그래를 흘끔 보고 앉아서 빨래를 갠다. 척척척 전문가의 솜씨다.

 

그래모 되레 밤 낮이 바뀌어서 어떡하냐...일어 나라 밥 때 됐으니까.

그래 (꿈틀거리는 얼굴이다가 눈을 뜬다. 일어나 앉는다. 부스스한 모습)

그래모 마당에 줄을 하나 더 달아야 쓰겄다. 여름 볕엔 금방 마르더만 요즘 볕은

영 매가리가 없네.

그래 (꾸물꾸물 가서 빨래를 같이 갠다)

그래모 (말없이 개다가 무심하게) 어째, 소식은 없는 거냐?

그래 ... ...

그래모 (궁시렁) 일주일이믄 된다더니...

그래 (말 없이 개기만)

 

55. 영업3/

 

인상 잔뜩 쓴 상식, 서류를 넘기고 있는데 심상치 않은 분위기다.

동식은 한 손으론 필요한 서류 찾고 한 손은 바쁘게 통화 중이다.

 

동식 (통화) 과장님, 저번에 요청드렸던 p-bond건 말입니다. .

상식 (서류를 넘기며 한숨을 푹푹 내쉬고 있다) 애슐리 박 이 인간...

동식 , 목요일까지는 해주셔야 합니다.

상식 (서류를 탁! 덮고 머리를 감싸 쥔다) ... 난 진짜 못하겠다. 이거 어째야 하냐..

동식 (난감한) .. 그럼 금요일까지 미뤄볼테니 그때까진 꼭 부탁드립니다. (전화 끊고 서류 옆으로 주며) 장그래씨, 이거 3부씩만 복사해와

상식 (고개 들어 본다)

동식 ..! (머쓱해서 상식 보며) 거 참... 습관이 이렇게 무섭네요

상식 습관은 무슨. 언제부터 니 밑에 사람 있었다고. (그래의 빈자리를 본다)...

동식 (그래 빈자리 보며) 좀 무심했어요. 술이라도 한 잔 하고 헤어지는 건데.

 

동식, 상식이 대답 없자 본다. 그래의 자리를 쳐다보고 있는 상식....

 

동식 과장님도 맘이 좀 그러시죠?

상식 저 자리에 안영이씨가 오면 말야, 책상 위치를 좀 배려해줘야겠어

동식 (기가 막혀 보며) ?

상식 (서류 들고 일어나 나가며) 발표는 언제 나는 거야? 이번에도 충원 안 해 주면 진짜, 가만 안 있어!!

 

56. 00회사 로비 /

 

서류 들고 서 있는 여자에게 다가가는 퀵 서비스 그래

여자의 사원증 목줄과 사원증 본다...

 

그래 퀵 부르셨죠? (받으며) 여기 싸인하시면 됩니다.

여자 (싸인하며) 로비 안내 데스크에 맡겨 주시면 되요

 

57. 몽타쥬 /

 

# 57-1. 퀵 서비스 오토바이 달리는 그래. 담담한 그래의 얼굴

# 57-2. 영이의 집

조촐한 찬에 혼자 밥을 먹고 있는 영이, 핸드폰 진동 울린다. 확인하는 영이.

# 57-3. 헬스장

땀을 흘리며 러닝머신 뛰고 있던 백기, 문자 본다.

# 57-4. 한국무역협회 무역아카데미 강의실 문 밖

석율, 휴대폰을 신주단지 모시듯 양손으로 들고 나온다.

도착해 있는 문자 한 개. 열어보지도 못하고 침 꼴깍 삼킨다. 겨우 문자 터치하면,

타자음과 함께 새겨지는 문자. <인턴 한석율. 원인터내셔널 신입사원 최종 합격>

 

석율 ~~~~~~!! (펄쩍펄쩍 뛰다가 멈춘다) 근데 이 인간은 어떻게 됐어...?

(전화를 보다가 전화번호를 찾는다. 그래의 번호에서 보다가 ...) 아씨....


58. 00회사 로비/

 

안내 데스크에 서류를 주고 꾸벅하고 돌아 서는 그래...

몇 발자국 걸어가다 멈춘다. 회사를 돌아보는 그래...

전화기를 꺼내 전화를 건다. 신호가 가고

 

그래모(e) 여보셔.

그래 저예요

그래모(e) .

그래 (담담한) 저 취직했어요. 합격....인 것 같아요....

그래모(e) ..... 그래. 잘 됐다.

 

전화를 내리고 걸어 나오는 그래 위로

 

그래(e) 인턴 장그래 2년 계약직 사원 최종 합격.


59. 그래의 집 외경/ 아침

60. 그래의 방 /

 

옷을 입는 그래. 지퍼 넥타이를 잡는데 문이 드륵 열린다. 손에 넥타이 든 엄마.

 

그래모 이걸로 해라. 드라이클리닝 해 뒀다.

그래 ...

그래모 넥타이 매는 법 아직도 못 배웠니?

그래 (머쓱) ..

그래모 ,, (매어 주면서) 남자가 넥타이는 맬 줄 알아야지. 어른이 되는 건 지 입으로 '나 어른이오~' 라고 떠든다고 되는 게 아냐. 꼭 할 줄 알아야 하 는 건 꼭 할 수 있어야지. 넥타이, 검소하지만 항상 깨끗한 구두, 구멍 늘 어나지 않은 벨트, 니 아버지 철칙이셨다.

그래 엄마...

그래모 ..

그래 맬 줄 모르죠?

 

보면 엉망으로 둘둘 말아져 있는 넥타이

 

그래모 . 오늘은 그냥 하던 거 해라. 다 까먹어버렸네 (휙 나간다)

그래 (둘둘 말린 넥타이를 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