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대본 제중원 3화 (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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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마꾼들, 다가와 막생 옆에서 보기 시작하고...
석란, 고개를 옆으로 하고 엎어져있는 황정을 살피다 앉아서 코에 손을 대본다.
석란:숨 쉬고 있어.... (하다 놀라서 뒤로 주저앉는) 어머!
황정:(고개를 천천히 들며) 사... 사.. 살려주세....요....
황정, 석란을 바라보곤 혼절하며 풀썩 엎어진다.
석란:(등으로 비춰보는) ...아까 나루터에서 봤던 분이야.
막생:예에? (자세히 보는)
석란:(황정을 흔들어 깨우며) 이보세요... 이보세요... (정신이 돌아오지 않자 가마꾼들에게) 어서... 이리 와 좀 도와주세요!
가마꾼들... 바짝 다가오고... 석란, 안쓰럽게 황정을 보는데...
1. 밤거리 (밤)
막생, 행등을 들고 앞장 서서, 석란은 가마 옆에서 달리고 있다.
INS) 가마 안에서 피를 흘리는 황정, 힘없이 이리저리 부딪히고....
막생:(뒤돌아보며 숨찬) 집에 데려가... 뭘 어쩔려구... 그래여! 네?
석란:(정신없고) ....
막생:비싼 돈 주고 산 가만데... 상여로 써도 유분수지.
석란:조용히 좀 해! 생각 좀 하게! .... 막생, 먼저 가서 아버지한테 알려!
막생:(숨찬) 뭐라구요? 시방... 나... 숨 넘어가는 거 안 봬요? 헉헉... 죽을 거 같다구요...
석란, 막생의 행등을 빼앗아 앞으로 달려나간다.
막생, 가마 옆으로 와 뛰는데, 가마 옆 창문이 덜컥 열리며 팔이 쑥 나온다.
막생:(기겁) 히익! (전력질주해서 석란의 행등을 빼앗아 뛴다)
석란, 잠시 황당해서 멈췄다가 가마가 옆으로 오자 다시 달리기 시작하고...
가마 밖으로 빠져나와 덜렁거리는 황정의 팔을 안에 넣어주고 창문을 닫고...
INS) 가마안. 황정, 가마 안에서 엎어진 채 흔들리고...
석란, 가마와 함께 멀어져 가는데....
INS) 유희서의 집 (밤)
2. 사랑방 (밤)
알렌과 옹기종기 모여 있는 하인들.
칠복이 입에 손가락대고 쉬.... 무슨 소리가 들리는 듯하고...
칠복, 소리를 찾아 귀를 기울이다 알렌의 허리춤까지 얼굴을 들이댔다가 뗀다.
드디어 찾았다는 듯 칠복, 허리춤을 손으로 가리킨다.
알렌, 왜 그러지? 허리춤을 만지다가 아! 하며 조끼 주머니에서 회중시계를 꺼낸다.
화들짝 놀라는 하인들.. 뒤로 움찔 물러서는데...
알렌:포켓 와치! (자기 귀에 댔다가 내밀면)
칠복:(젤 먼저 귀를 갖다 대고) 소리 난다... (다른 하인 들이대면 밀치며) 잠깐 기다려봐. 째깍 째깍...
알렌:왓? 아... 틱 톡, 틱 톡
칠복:(고개를 젓는) 아니오. 그 소리가. 째깍, 째깍.
알렌:(고개를 젓는) 노우. 틱 톡 틱 톡.
칠복:아, 아니라니까요!
하인들, 어느 게 진짜야 헷갈리는데....
막생E:나리! 나리!
알렌과 하인들, 문 쪽을 보면 문이 열리고, 비에 젖은 막생이 나타난다.
막생:(정신없는) 나리!
막생, 유희서가 없는 걸 보곤 홱 사라지고...
하인들과 알렌, 의아해하다가 슬금슬금 일어나 나가는데...
3. 안채 (밤)
유희서와 석란모가 있고... 막생이 다급히 문을 홱 열고 들어온다.
석란모:에그머니나!
막생:마님... (헐떡이며) 크, 큰일... 났어여!
유희서:웬 소란이냐?
막생:헉헉... 서, 석란 아씨가... 웬 나, 남정네... 쓰러져서...
석란모:뭐, 석란이가 어떤 남정네랑 쓰러져?
4. 마당 (밤)
막생을 필두로 알렌, 석란 부모, 횃불을 들고온 하인들 마당을 나오는데..
문이 열리며 석란과 가마가 뛰어들어온다.
막생:(가마를 가리키며) 저, 저기... (하고 숨 몰아쉬는데)
석란모:석란아! 너 이 밤중에!
석란:어머니! 아버지!
유희서:무슨 일이냐?
하인들, 다가오면 횃불에 석란의 피묻은 옷이 드러나고....
석란모:아! 피! 너 어떻게 된 거야?
석란:(무시하고, 가마를 탁탁 치면서) 얼른 꺼내...
가마꾼들, 황급히 가마에서 피범벅 된 황정을 꺼내는데....
유희서와 석란모, 하인들, 깜짝 놀라 보고.... 알렌, 앞으로 나서고...
석란:사람이 죽어가요!
석란모:너... 미쳤니? (하곤 석란을 잡아끈다)
유희서:(앉아서 살피곤) 알렌! 알렌!
알렌:(영어) 나 여기 있어요! (옆에 앉아 살핀다)
알렌, 황정의 눈을 까보고 경동맥에 손을 대보고, 상처도 살핀다.
모두들, 긴장된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는데...
알렌:(영어) 방으로 옮겨주십시오!
유희서:이 사람을 별채로 옮겨라! 어서!
칠복, 황정을 들쳐 업고 별채로 향하고, 알렌과 유희서, 따라간다.
다들 따라가고 석란도 따라가려는데, 석란모가 잡고 놔주질 않는다.
석란모:(피 묻은 옷을 보고) 이 피...! 이게 얼마짜리 비단으로 만든 옷인 데...
석란:어머니...
석란모:(힘으로 앉히고 마주 앉는, 점점 언성이 높아지는) 대체 어쩐 일이냐? 저 사람하구 너... 어떤 관계야?
석란:(황당해서) 어머니이...!
5. 유희서 집 일각 (밤)
황정을 업은 칠복과 나란히 뛰어가는 알렌과 유희서, 그 뒤를 따르는 막생 등...
알렌:(영어) 브랜디 있습니까? 브랜디가 필요해요. 그리고 내 가방!
유희서:막생, 광에서 양주 좀 찾아와.
막생:네? (멈추곤) 시방 이 난리에 술을 자시겠다고요?
유희서:빨리 가져오기나 해. (가면서 하인 하나에게) 넌 알렌 의원 가방 좀 가져와라. (하인, 가방 가지러 뛰어가고)
막생:(갸웃거리다) 벌써 제삿 술이 필요한가?
막생, 모르겠다... 돌아서 뛰어가는데....
6. 별채 안 (밤)
알렌, 주머니칼로 황정의 상의를 찢어 걷어낸다. 하의는 아래부터 세로로 찢는다.
유희서:(영어) 총에 맞았네요. 살 수 있습니까?
알렌:(영어) (상처를 살피며) 피를 많이 흘렸어요. 생명이 위험해요.
하인, 가방을 들고 들어와 건네면...
가방에서 수술도구들을 꺼낸 알렌, 에테르가 담긴 병을 들어 사발에 붓는다.
유희서와 칠복이 그 모습을 보고 있고... 막생, 브랜디 병을 들고 들어온다.
막생:여기 양주...(황정의 벗은 몸을 보곤) 에그머니나. (술을 내민 채 몸을 돌리고) ...
유희서:수고했다. (받아서 알렌에게 건네면) 알렌...
알렌:땡큐.
알렌, 브랜디 병을 열어 황정의 상처에 조금씩 붓는다.
정신을 잃었던 황정, 으으... 신음을 내뱉고...
7. 별채 밖 (밤)
막생, 힐끗 보다가 끔찍해 손으로 얼굴을 가리는데 눈은 손가락 사이에서 반짝이고 칠복이 나와 문을 홱 닫는다. 멋쩍어 손을 거두는 막생...
이때, 석란이 잰걸음으로 온다.
석란:어찌 됐어? 살았어?
칠복:궁금하시면 아씨두 힐끔 보십시오.
막생:(홱 째리는) ...
석란:(의아한) 뭐? (막생을 보면) ...
막생:양주로 목간시키는 중이에요.
석란:뭐어? 말두 안 돼.
칠복:목간은 무슨... 술로 고시레하는 것도 몰라요?
막생:고시레?
칠복:(답답하고) 귀신한테 술을 바쳐야 사람을 살려주지요.
석란:허...허면. 죽었단 말이야?
8. 별채 안 (밤)
문에 구멍 세 개가 뚫리고...
9. 별채 밖 (밤)
석란, 막생, 칠복이 나란히... 별채 안을 구멍으로 보고 있는데...
10. 별채 안 (밤)
알렌, 거즈를 세 장 겹쳐서 황정의 입과 코에 덮곤 그 위에 1인치 정도 구멍이 뚫린 기름 종이를 놓는다.
이어 사발에 담긴 에테르 용액을 스포이드로 빨아들여 한방울 한방울 떨어뜨린다.
반응을 지켜보는 알렌과 유희서...
헝겊이 황정의 호흡에 따라 오르락내리락하는데... 숨이 조금씩 잦아들고...
천천히 실눈을 뜨는 황정, 주위가 희미하게 보인다.
알렌, 수술도구 세트를 열고, 메스를 꺼내 들면 날이 빛에 반사되고...
유희서, 바짝 긴장된 모습이고...
1. 별채 안 + 밖 (밤)
알렌, 상처 부위를 가르기 위해 메스를 들이대는데...
순간, 황정의 손이 알렌의 손목을 탁 잡는다.
놀라는 알렌과 유희서...
문 밖에 있던 석란... 흠칫 놀란 눈이고... 막생과 칠복도 움찔 놀라는데...
황정의 손이 힘없이 스르르 떨어진다.
알렌, 한숨 쉬고는 메스로 상처부위를 절개하기 시작하고...
메스가 상처 안을 파고들지만, 황정은 눈을 감은 채 미동도 없다.
2. 별채 밖 (밤)
석란을 비롯해서 다들 문에서 놀라서 얼굴을 뗀다.
막생:왜 소리를 안 지른뎌?
칠복:죽었나?
갑자기 석란을 비롯해 다들 확인하러 문구멍에 눈을 대고...
INS) 석란의 문구멍 시점. 알렌이 수술하는 장면이 보인다.
막생:죽었나벼. 칼로 쑤시는데 가만히 있잖여.
석란:저건 칼이 아니라 메스라고 하는 거야.
3. 별채 안 (밤)
황정, 죽은 듯 가만히 있고...
알렌의 수술이 진행되고... 유희서, 알렌의 땀을 닦아준다.
알렌:(수술에 집중한 채) 땡큐...
알렌, 핀셋으로 상처 속에서 피 묻은 총알을 하나 꺼낸다.
사기그릇에 총알을 떨어뜨리면 땡그렁 소리가 나고...
4. 별채 밖 (밤)
석란, 문구멍에 시선이 고정돼 있고... 막생과 칠복 구시렁거린다.
칠복:에, 죽은 사람한테 꺼내는 건 누가 못해?
막생:힘들게 데리구 왔더만, 쯧. 다 끝났네. 다 끝났어. 아씨, 갑시다요.
석란:(미동하지 않고) ...
막생:(어깨를 흔들면) ...아씨!
석란:살아있어!
막생/칠복:(놀라) 에? (동시에 달라 들어 문구멍으로 눈을 들이대는데) ...
석란:(희미하게 미소를 짓는) ...
5. 별채 안 (밤)
황정의 코와 입에 가려진 헝겊이 호흡에 따라 오르락내리락 하고 있다.
사기그릇에 탄알들이 연이어 떨어지고...
알렌, 유희서에게 고개를 끄덕인 후 상처를 꿰매기 시작한다.
깊은 잠에 든 듯 누워있는 황정의 얼굴...
제욱E:뭐? 집에서 뛰쳐나와?
6. 기생집 방 (밤)
도양과 제욱 옆에 기생들이 있고...
제욱, 먹던 술잔 입에서 떼고 도양을 바라보면 도양, 말없이 수긍하는데...
제욱:어쩐지... 기생집에 니가 왠일인가 했다.
도양:(대꾸 없이 술잔을 마시는) ...
제욱:그래두 집까지 나올 껀 뭐냐? 니 아버지 말만 잘 들으면, 어지간한 벼슬 자리는 문제도 아닐 텐데... 그래야, 나도 콩고물 좀 얻어먹을 수 있지 않겠냐? 누이 좋고 매부 좋고 말야... 으흐흐흐 (술 따라주며) 마셔라, 마셔. 마셔서 털어버려 임마...
도양:(깊은 상념에 잠긴) ...
제욱:(자기 잔에도 따라 마시려는데) ...
도양:(결심을 굳힌 듯) 나, 조선을 뜰 거다.
제욱:(푸! 하고 술 내뱉는) 뭐뭣? 너 지금 뭐라 했냐?
도양:(다시 대꾸 않고 술잔을 마신다) ...
제욱:(달래듯) 니가 맘고생을 심히 했나부다... (기생에게 눈짓하고) 뭣들하느냐? 분위기 좀 띄우지 않고.
기생:(팔짱을 끼며 아양을 부리려 하면) ...
도양:(벌떡 일어서며) 편하게 마셔라. (하고 나가면)
제욱:야! 지금 이 밤에 어딜 간다구 그래...
7. 일본 공사관 (밤)
와타나베, 도양의 찻잔에 일본차를 따라주고 있다.
와타나베:유학이요?
도양:네, 그렇습니다.
와타나베:(반색하며) 그거 참, 듣던 중 반가운 소립니다. 백상이 일본유학을 마치고 돌아 올 쯤이면...조선에 신식병원이 지어져 있을 테니까요.
도양:(놀라고) 병원이라니...그게 정말입니까?
와타나베:하이, 해서...백상이 의사면허만 따오면, 내가 책임지고 병원에 채용하겠습니다.
도양:(솔깃하고) ...
와타나베:그럼 그 일을 추진하고 계신 분을 한 번 만나보시겠습니까? 그 분이면, 백군의 일본 유학에도 큰 도움을 주실 겁니다.
도양:(벅찬 눈으로 보는) ...
INS) 홍영식의 집 외경 (밤)자막-홍영식의 집
8. 홍영식의 집 별채 (밤)
김옥균, 홍영식, 일본 공사가 술을 마시고 있다. 인물명 자막.
김옥균:일전에 금상을 모시고 공사관 의원에 갔었더랬습니다.
일본공사:(기대에 찬) 그게 정말입니까?
김옥균:금상께서 양의학 도입에 대한 뜻은 굳히신 건 확실합니다. 다만, 어느 나라와 손을 잡을 것인가... 고심하는 눈치십니다.
일본공사:당연히 대일본제국 아닙니까!
홍영식:그렇지요. 해서 말인데, 며칠 내로 일본 공사께서 와타나베상과 금상을 만나는 게 어떨까 합니다.
일본공사:...흠...
홍영식:(표정 살피며) 조선에 신식 병원을 세우는 일을 제안해 주십시오.
일본공사:(내빼는 척) 하지만... 청나라와 손을 잡은 민씨일파들이 가만히 있겠습니까. 공연한 짓을 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김옥균:공사! 반발을 염려하면 아무 일도 할 수 없습니다. 지금이 어느 때인데 양의술 하나 못 받아들여서야 어디 말이 되겠습니까? 제발 힘 좀 보태주십시오. 일본 공사의 힘이 필요합니다.
일본공사:(못내 못 이기는 척) 흠흠... 김상이 그리도 간절히 원하신다면야...
9. 홍영식의 집 밖 (밤)
김옥균과 홍영식, 일본공사를 인력거에 태워 보내고 돌아서려는데...
반대편에서 와타나베와 도양이 걸어오는 것이 보인다.
와타나베:김옥균 협판!
김옥균:와타나베 의원 아니신가. 아니, 이 밤엔 어쩐 일이시오?
와타나베:김상에게 소개해줄 사람이 있어 왔습니다. (도양을 가리키면)
도양:(인사하고) 백도양입니다.
김옥균:....?
홍영식:난 홍영식이오. 우리 어두운데서 이럴 게 아니라... 들어가서 얘기하십시다. (안으로 인도하고)
김옥균과 홍영식, 들어가면 백도양과 와타나베 따라 들어가는데...
10. 홍영식의 집 마당 (밤)
김옥균과 홍영식, 앞서가고... 와타나베와 도양, 따라가는데...
홍영식:(나지막이) 공사가 전하를 만나 일이 성사돼야 할 텐데 말입니다.
김옥균:잘 되겠지... 그건 그렇고, 심각한 문제가 있네. (멈추고)
홍영식:무슨...?
도양과 와타나베도 멈추고...
김옥균:내가 최근 정치적으로 고립이 된 상태라 자금을 구하는 게 수월치가 않아. 일단 움직이면 다 돈인데...
홍영식:큰일이네요. 앞으로 자금이 점점 더 많이 필요할 텐데...
도양, 심각하게 듣는데...
11. 홍영식의 집 사랑방 (밤)
김옥균과 홍영식, 상석에 앉아있고 와타나베와 도양이 맞은편에 있는데...
도양:(인사하며) 정식으로 인사드리겠습니다. 백도양이라고 합니다.
와타나베:형조판서의 아들입니다.
김옥균:(눈꼬리가 올라가고) 형판의 자제? 허면... 백태현 대감의...
도양:네, 그렇습니다.
김옥균, 표정이 굳어지고, 홍영식도 떨떠름한데...
김옥균:그래, 예까지 날 찾아온 이유가 뭔가?
도양:대감께서 조선 청년들을 매년 일본에 유학 보내주신다 들었습니다. 올해엔 저도 끼고 싶습니다.
홍영식:문관의 영예가 높으신 분의 자제가 뭣이 부족해 유학길에 오르겠다는 겐가?
와타나베:서양 의학을 배우고 싶다 합니다.
김옥균:그것 참 기특한 생각이구만... 헌데... (고개를 절래절래) 과연 자네 부친이 허락하실까?
도양:(대답 못하고) ...
김옥균:...헛걸음을 한 듯하이. 돌아가게. (일어서려는데)
도양:(단호한) 저는 부자간의 연을 끊었습니다. 도와만 주신다면... 내일 당장이라도 일본에 갈 수 있습니다.
김옥균:(쳐다보는) 부자간의 연을 끊어?
도양:저희 아버님을 보고 저를 평가하지 말아주십시오. 저는 협판께서 꿈꾸는 세상을 같이 꾸고 있는 사람입니다.
김옥균:지금 꿈이라 했느냐?
도양:(순간, 당황하고) ...
김옥균:(노기가 서려) 자왈, 교언영색 선의인(`巧言令色 鮮矣仁)이라 했네.
도양:(표정 굳어진다) ...
김옥균:공자께서 이르길, 언행을 교묘히 하여 낯빛을 곱게 꾸미는 이 중엔 인한 자가 드물다 했거늘... 네가 딱 그짝이구만. (꾸짖듯) 혈육인 제 아비조차 배신하는 놈을 뭘 믿고 내가 도와야 한단 말이냐?!
김옥균, 문을 쾅 닫고 나가면, 홍영식과 와타나베, 도양의 낯빛을 살피고...
도양, 굳은 표정인데....
12. 홍영식의 집 밖 (밤)
도양, 굳어있는 채로 나오고... 와타나베, 따라 나오는...
와타나베:(난감한) 김협판이 그렇게 까탈스런 사람인 줄은... 이거, 소개를 안 시켜주느니만 못 하게 됐습니다.
도양:...
와타나베:다른 길이 있는지 찾아봅시다.
도양:(오기가 드는) 아닙니다, 아주 잘 소개시켜 주셨습니다.
와타나베:...?
도양:(차갑게 미소 짓는) 일이 한 번에 이루어지면 싱거운 거 아닙니까. 두고 보십시오. (싸늘하게 웃는데)
13. 황정의 집 마당 (새벽)
황정부, 툇마루에 앉아 힘없이 술잔을 기울이고 있는데... 인기척이 느껴지고...
황정부:(일어나며) 거기 누구요?
누군가 다가오는데, 형체가 뚜렷해지면 이곽이다.
황정부:(놀라) 작대 아니냐?
이곽:(울먹이며) 아저씨...
황정부:네가 여긴 왠일이냐? (주변을 경계하며) 어서 다른 데로 가자...
이곽:아저씨...
황정부:(의아하고) ...
이곽:(말을 잇지 못하고 흐느끼는데) ...
14. 강가 (아침)
다리에 힘이 풀려 강가에 주저앉아 넋 놓고 있는 황정부, 곁에 있는 이곽...
황정부:여기냐? 우리 소근개가 여기서... 죽은 거냐...
이곽:(눈시울 붉어진 채 끄덕이며) 죄송해요. 제가 괜히 밥 먹고 가자는 바람에... 그렇게 됐어요...
황정부:(가슴이 무너지고) 소근개... 이 놈이... 천벌은 받았어. 밀도살해서 천벌을 받았어. (하늘을 보며 울먹이는) 너무하십니다요... 지 에미 살리겠다고 한 짓인데... 시신조차 안 주십니까요?
이곽:(팔뚝으로 눈물을 훔치고) ...
황정부:(일어나고) 작대야... 아무래도 나도 가야쓰것다. 여편네도 가고, 아들내미도 가고... 나 혼자 뭣하냐? (강물로 들어가고) 나도 가야 쓰것다.
이곽:이러지 마세요. 아저씨까지 왜 그러세요? (황정부를 잡고 말리는데)
황정부, 아랑곳 않고 강물로 들어간다.
이곽, 힘에 당하지 못하고 질질 끌려가는데
황정부:소근개야... 소근개야... 소근개야...
15. 황정의 꿈
밤안개가 낀 밤이다..
나무 사이를 헤치며 정신없이 도망치는 황정, 누군가에게 쫓기는 듯하다.
자꾸 뒤 돌아보다 정면을 보면, 도양이 떡 버티고 서 있다.
도양:(잔인한 미소를 띠며) 그 칼을 들고 어서 배를 갈라 보거라.
황정, 내려다보면 손에 칼이 쥐여져 있다. 어디선가 음메 우는 소리...
황정모E:소근개야... 백정의 업을 져버려선 안 된다.
황정, 놀라서 칼을 내팽개치고 뒷걸음질 치다가 탁 멈추면...
정포교, 황정의 뒤통수에 총구를 들이대고 있다.
황정:사...살려주십시오... 쇤네 엄니가 기다립니다...
정포교:너희 같은 놈들은 살려두면 후환이란 게 생긴단 말이다!
황정, 몸을 확 돌려 정포교를 밀어 넘어뜨리고 도망간다.
하지만 몇 걸음 못가서 발이 걸려 넘어지는데, 일어나려 돌아보면... 배가 꿰매진 목 없는 백정의 시체다!
패닉상태에 빠진 황정, 엉덩이를 질질 끌며 뒤로 물러나는데...
정포교가 총을 겨누고 다가오고, 황정 몸을 일으켜 도망가려는데...
정포교의 총이 불을 뿜고, 황정 총에 맞아 쓰러지면...
황정, 물속으로 가라앉는데, 물 색깔이 붉은 색을 변한다.
황정E: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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